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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만화

[만화]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사키사카 이오

by R&X 2019.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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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흐름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는 <아오하라이드> <스트롭에지>를 그린 작가 사키사카 이오의 작품입니다. 주인공과 서브캐릭터들간의 삼각 관계가 살짝 답답하고 짜증나게 그려질 때가 있지만, 사키사카 이오의 작품은 대체로 예쁘고 깔끔한 그림체와 개성있는 캐릭터, 주인공들과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는 제목처럼 리오와 유나, 이누이와 아카리 4명의 주인공이 친구와 연인사이로 얽히면서 서로 사랑을 느끼다가 차이기도 하고, 사랑을 포기하려고 하다가 다시 용기를 내서 고백해 사랑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들이 복잡하면서도 섬세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2019/10/29 - [만화]스트롭에지 -사키사카 이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고 내성적이라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유나는 친한 친구가 이사를 가게 되어 배웅하러 나가던 날, 아카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길에서 대뜸 소중한 사람과 작별하러 가는데 지갑을 놓고왔다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아카리에게 유나는 당황하면서도 그 심정이 이해돼 선뜻 1000엔을 빌려줍니다. 아카리는 마침 유나가 살고 있는 맨션에 새로 오게 된 동갑내기 여고생으로 둘은 첫만남을 계기로 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합니다.

유나는 아카리의 남동생인 리오를 보고 어릴 적 꿈꾸던 왕자님을 떠올리며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리오는 여자 얼굴만 따지는 가벼운 남자라 아카리는 걱정이 앞섭니다. 차라리 한 맨션에 오래 살며 소꿉친구처럼 친하게 지내온 이누이가 유나에게 더 잘 맞을 거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카리 자신이 이누이에게 호감을 품게 됩니다.

유나는 아카리와 함께 하면서 조금씩 밝은 성격으로 변해갔고, 리오를 향한 마음도 점점 커져갔지만 사실 리오가 마음속으로 사랑해온 사람이 바로 아카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사실 리오와 아카리는 부모가 재혼해 만나게 된 의붓남매로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었고, 부모가 결혼하기 전부터 리오는 아카리를 좋아했었지만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 묻어두고 왔던 것이죠.

유일하게 리오의 비밀을 알게 된 유나는 리오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기 위해 차일 것을 알면서도 고백을 합니다. 처음 해 본 사랑, 처음 해본 고백의 결과 실연의 아픔을 맛보게 된 유나지만, 용기를 내 자신의 마음을 똑바로 마주하며 행동으로 옮긴 유나는 더이상 자신감을 잃고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던 예전의 유나가 아니었습니다. 아카리는 그런 유나를 보면서 자극을 받게 되고, 다 함께 불꽃놀이 축제에 간 날 이누이에게 고백을 하게 되지만, 아카리의 고백은 유나와는 좀 다른 것이었습니다. 유나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리오에게 부딪쳤던 것과는 달리 아카리는 실패할 것이 두려워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찔러나 보자'같은 식으로 넌지시 '나 좋아하지 않니? 우리 사귈까?'라고 둘러댔다가 거절을 당하게 됩니다. 

사실 이누이도 아카리에게 마음이 있긴 했지만, 우연히 리오가 아카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친구로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뒀던 것입니다. 이 때부터 아카리와 이누이는 만화가 끝날 때까지 밀고 당기기만 수차례 반복하고, 우물쭈물 탐색전만 벌이면서 독자들에게 답답한 고구마 전개를 선사합니다. 중간에 아카리의 전 남자친구까지 등장해 삼각관계로 복잡하게 꼬이면서 리오와 유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커져가는 반면 아카리 이누이 커플에 대한 원성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반면에 유나와 리오 커플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들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뿌려주는 것처럼 예쁜 사랑이 시작됩니다. 유나는 리오의 마음에 아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리오 덕분에 좋은 영향을 받아 자신이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다시 한 번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리오 또한 그동안 자신이 원치 않는 환경에 강제로 놓여지게 되면서 억눌러왔던 감정에 대한 오기와 반발로 아카리에 대해 집착해 오다가 유나로 인해 그 감정을 극복해 내면서 조금씩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유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리오의 모습이 기분좋게 그려집니다.

이후 아카리에 대한 유나의 질투 때문에 약간의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유나나 리오는 처음과는 달리 둘 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서 시종일관 사이다 전개를 이끌어 가게 되고, 상대적으로 아카리와 이누이는 가시밭길을 걸어갑니다. 하지만 아카리의 고민이나 이누이의 망설임이 어찌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면면을 담고 있어서 결코 비난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리오와 유나가 너무 잘 풀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카리와 이누이는 커플이 되기까지 서로 여러 번의 엇갈림을 반복하고, 포기했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냈다가, 결국엔 사랑이 이루어지지만 또다시 현실적인 진로 때문에 헤어짐을 반복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좀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때문에 연애의 어려움을 겪은 독자들에겐 유나와 리오 커플에게서는 달달한 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반면 아카리와 이누이의 답답한 행보에는 더 짜증이 났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품을 다 보고나면 사랑은 쉬운 것이 없고, 결국엔 두 사람간의 끝없는 신뢰와 노력이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사랑이 시작되는 것도 기적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을 유지하고 키워가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아오하라이드>나 <스트롭에지>는 남자주인공들이 답답하고, 줏대도 없어 보이고, 오히려 서브남들이 더 매력적이라 주인공들끼리 연결되는 게 싫을 정도로 사랑의 전개방식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는 중간에 조금 답답한 면이 있어도 해피엔딩으로 전개되는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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