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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라이온킹(2019)

by R&X 2019.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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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의 실사영화에 대해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거나 '애니에서의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는 평이 간간히 보여서 어떨까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저는 실사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1994년에 나왔던 라이온킹 애니메이션은 <미녀와 야수>나 <인어공주>같은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비해 사실 별로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었거든요.

데즈카 오사무의 <밀림의 왕자 레오>와 <라이온킹>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이 일본의 데즈카 오사무가 1950년대에 발표했던 연재만화인 <밀림의 왕자 레오>를 표절했다는 논쟁이 있기도 했는데, '데즈카의 유족들이 <밀림의 왕자 레오>가 디즈니에 영향을 끼쳤다면 그것 또한 영광'이라고 발표하면서 좋게 마무리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밀림의 왕자 레오>를 먼저 접했던 세대에게는 심바와 레오가 자연히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왠지 노안처럼 보이는 심바보다는 어릴 때 좋아했던 하얗고 동글동글한 레오 쪽에 더 친근감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라이온킹>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실사영화에서 보여주는 털이 보송보송한 아기사자의 귀여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죠. 내용은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언급을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언맨>에서 '해피'로 나왔던 존 파브로 감독이 총지휘를 했는데, 파브로 감독은 이미 2016년 <정글북>을 통해 CG로 동물들을 실사처럼 재현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정글북에서는 모글리라는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흑표범이나 호랑이, 곰 같은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 판타지 캐릭터'처럼 존재했다면 <라이온킹>에 나오는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있는 진짜 동물'처럼 느껴집니다. 

존 파브로 감독이 <라이온킹> 실사판을 만들면서 '정말 모든 배경과 등장 캐릭터들이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동물들의 움직임뿐 아니라, 풀 한 포기, 자갈 하나까지도 진짜처럼 보이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큐멘터리'같다는 평은 어쩌면 감독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OST들도 실제같은 광활한 아프리카의 배경을 훑고 지나가면서 웅장하게 울려퍼지니까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사 영화에서는 애니보다 동물들의 표정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목소리 연기가 더 중요했는데요, 아버지 무파사 역할은 1994년 애니와 동일하게 제임스 얼 존스가 맡았습니다. 심바는 <한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에 나왔던 도날드 글로버가 맡았는데, 잘 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인상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날라 역을 맡은 비욘세도 뭔가 살짝 힘이 빠진 듯 확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미어캣 티몬(빌리 아이크너)이나 품바(세스 로건), 심바 엄마인 사라비(알프리 우다드) 목소리가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좋았습니다. 품바는 살짝 음치끼가 있었지만, 티몬이 '하쿠나 마타타'나 'The Lion sleeps tonight'를 정말 맛깔스럽게 잘 부르더라구요. 

스카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는데요, 확실히 스카의 카리스마는 애니쪽이 우세한 것 같아요. 무파사와 대조되는 칠흑처럼 검은 갈기와 깊은 계략을 담고 있는 능글한 눈빛은 확실히 실사 영화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것 같았습니다. 영화에서의 스카는 너무 마르고 볼품없어 보여서 여왕인 사라비가 마음만 먹었으면 단숨에 무찌를 수 있을 것 같은 약골처럼 보이더라구요. 물론 하이에나 무리들 때문에 섣불리 나서긴 어려웠을 테지만요. 애니에서는 스카 목소리를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였기 때문에, 치웨텔 에지오포(스카 목소리 역)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실사 쪽 스카는 애니보다 훨씬 불쌍한 패배자처럼 보였습니다.

솔직히 백수의 왕이라고 해도 결국 자신들이 지키는 영토의 동물들을 일정 수만큼 잡아먹으면서 왕국을 유지하는 왕인데, 먹잇감이 되는 초식동물들이 왕의 탄생을 기뻐하는 장면을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보기는 어려웠지요. 오히려 굼벵이만 먹으며 모두와 친구가 되어 통치하지 않는 사자가 있던 정글이 동물들에게는 낙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하지만 스카처럼 하이에나 무리들을 데려와 앞뒤 가리지 않고 욕심껏 살생을 하는 폭거가 아니라 자연의 규칙을 지키고 생명의 순환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밀림의 질서가 세워졌다는 점에서 프라이드 랜드에도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겠지요. 

라이온킹 실사를 보고나서야 'Circle of life' 노래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가슴이 차오르는 감동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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