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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드라마]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feat. 소드아트온라인)

by R&X 2018.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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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본방사수하고 있는 tvn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네요. <나인> <W> 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송재정 작가와 <비밀의 숲> <옥탑방 왕세자>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 그리고 현빈, 박신혜의 환상호흡이 만들어가는 볼거리 많은 수작(秀作)입니다. 처음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마법 판타지 드라마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증강현실게임(AR)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더라구요. 


IT 투자회사인 제이원 홀딩스 대표 유진우(현빈)가 천재적인 게임 개발자인 정세주(찬열)의 연락을 받고 스페인 그라나다에 가게 되고, 세주의 누나인 희주(박신혜)와 가족들이 운영하는 허름한 호텔에 묵게 됩니다. 하지만 진우와 만나기로 했던 정세주가 기차 안에서 의문의 총소리와 함께 행방불명되고, 유진우는 정세주가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을 테스트 하기 위해 유저로 참여했다가 괴이한 일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것이 그냥 모니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나 기어 등을 착용하고 하는 게임이 아니라, 한참 유행했던 '포켓몬GO'처럼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세계의 이미지가 겹쳐져 보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뭔가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어도 일반 사람들 눈에는 허공에 대고 뭔가를 허우적대는 이상한 모습만 보이게 됩니다. 특수한 렌즈를 끼면 현실 위에 게임 영상이 겹쳐지면서 NPC(Non-Player Character) 즉, 게임 속 캐릭터가 나타나거나 게임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고 레벨업이 되면 좀더 많은 능력치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증강현실 게임의 문제는 유저끼리 결투를 벌이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생명수치가 줄어들면 게임에서만 죽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목숨이 실제로 위험해진다는 것이죠. 유진우가 친구이자 오랜 숙적이기도 한 차형석 뉴워드 대표와 게임에서 한 판 떠서 이긴 후 다음 날 차형석 대표가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더 큰 문제는 죽은 차형석 대표가 게임 캐릭터가 되어 계속 게임에 등장해 유진우를 공격하게 되고, 급기야 차형석의 공격을 받다가 호텔 계단에서 떨어진 유진우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유진우는 게임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죽은 차형석이 매번 찾아온다는 유진우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유진우가 사고의 충격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게임에서 목숨을 잃게 되면 실제로 유저가 죽는다는 설정은 왠지 일본 애니 '소드아트온라인'을 연상시킵니다. 다만 소드아트온라인은 너브 기어라는 도구를 장착하고 자기 집 등 일정한 공간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유저가 게임 속에 접속해 자신의 아바타로 싸우는 형태인데, 게임의 오류로 인해 유저들이 로그아웃을 하지 못한 채 게임에서 계속 퀘스트를 벌이다 죽게 되면 기어에 연결된 유저도 실제로 죽게된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유저끼리 싸우다 한 쪽이 죽게 되면 죽은 유저가 게임 내 좀비(NPC)가 되어 공격을 계속하는데, 천둥번개와 함께 알함브라의 궁전이라는 기타선율이 들리면 유저가 원하지 않아도 강제 로그인이 되기 때문에 공격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공격을 피하는 방법은 유저가 레벨업해서 게임이 로그인되자마자 빠르게 처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진우는 치료를 명목으로 미국으로 간 후 레벨업에 매진하게 되고 회사 개발자와 비밀리에 연락하면서 각종 아이템들을 개발해 무기를 챙겨놓습니다. 


유진우가 하는 게임의 최고레벨유저 1,2위는 이 게임을 만든 정세주(Master)와 마르꼬라는 유저였는데, 마르꼬가 스페인에서 시체로 발견된 걸 보고 유진우는 세주와 마르꼬가 게임에서 싸우다 마르꼬가 죽어서 세주도 NPC 좀비의 공격을 피해 도망을 치고 있다고 짐작하게 됩니다. 다행히 유진우의 비서인 서정훈이 게임 내에서 유진우와 동맹을 맺은 후 비서 눈에도 죽은 차형석이 게임 속에서 보이기 시작했고 유진우의 말을 믿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게임을 다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유진우가 계속 게임 오류가 있다며 출시를 미루자 답답해하고, 차형석의 아버지이자 회사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차 교수는 유진우를 물러나게 하려고 이사회를 소집하려 합니다. 같은 시각 진우는 게임 속에서 세주의 퀘스트를 받고 서비서와 함께 그라나다로 떠납니다. 이사이자 친한 형인 박선호는 다급한 상황에 게임 퀘스트나 하려고 그라나다로 떠나는 진우를 보며 울화통이 터지지만, 그라나다에서 서비서의 실종과 진우의 유언이 담긴 메일을 받고 사태의 위급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라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진우와 서비서에게 위기가 닥치고, 서울에도 비보가 전해지면서 다음 주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10회까지 진행된 이야기입니다. 

현실과 게임을 오가는 흥미로운 화면 전환과 게임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사건들, 갈수록 치명적인 NPC들의 공격력, 세주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앞으로 남은 6회 안에 어떤 식으로 비밀스런 실타래를 풀어갈지 결말이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박신혜와의 러브 스토리는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는 사족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세주가 게임 캐릭터로 누나의 모습을 한 '엠마'를 심어놓은 것이 이 게임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인지도 초관심사입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작가의 놀라운 작품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현빈은 물론 등장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여 한층 더 몰입하게 되는 드라마입니다. 뒤가 궁금한데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 싫어서 드라마는 종영 후 몰아서 보는 편인데, 이 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쫄깃한 긴장감과 답답함, 감탄을 연발하며 본방사수하며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고 개연성있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주길 기대하며 다음 주 방송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종화까지 보고 난 후>-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종화까지 보고 난 소감은 '허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가 막판에 힘이 빠졌나 봅니다. 논리도 개연성도 없이 어설프게 마무리를 짓는 바람에 수많은 논란과 함께 시청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죠. 게임 속 버그를 삭제했을 때 이미 죽은 사람들은 NPC가 되었기 때문에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까지는 그렇다쳐도, 엄연히 살아있는 존재였던 유진우마저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건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었죠. 그렇다면 세주는 왜 버그로 인식되지 않았는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마르꼬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인데 마르꼬에 대한 처리는 왜 보여주지 않았는지, 리셋시켜서 그냥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면 '살아 있는' 유진우는 왜 게임 속에 갇히게 되었는지 등등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16편 내내 정세주의 결정적인 역할이 뭔가 있겠지 기대했는데, 세주 캐릭터 자체가 이해가 안되는 어벙벙 캐릭터인데, 막판에 전설처럼 칭송되는 것 자체도 오버였던 것 같아요. 마스터의 숨겨진 권한에 대해서도 1년이 지난 후에야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살아있는 존재들이 게임 속에 갇혀서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도 이상합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는 엄연히 육체가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고, 너브 기어를 통해 접속한 정신세계 속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라 게임 속에서 죽었을 때 뇌파의 충격으로 실제 인물이 죽을 수도 있겠다 하는 개연성이 성립했었거든요. 그런데 유진우나 세주가 마스터 권한으로 게임 속에서 숨어 있었다고 해도 왜 현실에서도 안보이는가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냥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서둘러 끝내버린 느낌입니다. 어쩌면 뒤에 감독판 같은 게 있어서 남은 의문을 설명하는 부분을 따로 만들었다면 모를까 이대로 시청자들의 의문과 오래 기다려온 인내에 보답하지 못한 채 그냥 뚝! 하고 끝내버리면 다음 나오는 송작가의 작품부터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게다가 막판에 엄청나게 쏟아진 PPL은 불쾌하기까지 했어요. 작품이 붕괴되는 느낌이 들었고, 만일 이 드라마가 해외에 수출이라도 된다면 굉장히 낯뜨거울 것 같아요.

유저가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가상현실 게임에서 죽는 설정은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지만, 아무리 판타지라도 인과나 논리적인 개연성은 필수인데 작가는 처음 설정만 신선하게 시작했지 마무리를 다 짓지 못하고 끝낸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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