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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일드]별 볼 일 없는 나를 사랑해주세요

by R&X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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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나를 사랑해주세요>는 나카하라 아야의 동명의 만화를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후카다 쿄코가 주인공 시바타 미치코 역을, <강철의 연금술사> 등에 나왔던 딘 후지오카가 상대역인 쿠로사와 아유무 역을 맡았습니다. 원작만화에서 시바타는 정말로 '별 볼 일' 없는 30대 여자로,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무직에 무일푼인데다, 사랑에도 서툴러 연하남에게 속아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돈이며 선물을 갖다 바치는 푼수로 나옵니다. 

쿠로사와 아유무는 시바타의 옛 직장 상사(주임)였는데 당시 하도 엄격하게 굴어서 쿠로사와만 보면 시바타는 툭툭 욕을 내뱉을 정도로 앙숙입니다. 하지만 무일푼이 된 시바타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쿠로사와가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밥집 해바라기에 시바타를 알바로 고용하게 되고, 2층방에 머물게 해주면서 일어나는 천방지축 사랑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여주인공인 시바타는 살짝 짜증이 날 정도로 답이 없는 의존녀로 나오고, 쿠로사와는 단호하고 냉정해서 처음에는 도저히 둘 사이에 애정이 생기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인데다 쿠로사와의 옛날 애인이나 시바타의 썸남 등장, 갑작스런 형수와의 삼각관계 등등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 관계 속에서 더디게 진전되는 애정전선을 지켜보는 게 복장터질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 드라마에서의 시바타는 원작보다는 훨씬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휘합니다. 천연덕스러운 후카다 쿄코의 연기 덕분에 시바타가 그렇게 얄미워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사랑스러운 순수녀 그 자체입니다. 딘 후지오카가 연기하는 쿠로사와도 원작보다는 덜 괴팍하고 뒤로 갈수록 츤데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할머니가 물려준 밥집 '해바라기'의 '마스터'이지만 시바타는 그를 늘 옛 직장 직책인 '주임'이라고 부르며 아웅다웅 하는데, 원작처럼 쿠로사와를 향해 욕을 내뱉는 모습이 직설적이지 않고 개그처럼 웃음을 유발합니다. 시바타 특유의 친화력으로 쿠로사와 주변의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지인과 가족들이 하나둘씩 시바타의 절친이 되어가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원작과는 설정이 다르긴 하지만 오랫동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마음에 품고 살며 마음에 바리케이트를 쳐왔던 쿠로사와가 시바타의 엉뚱발랄한 매력에 점점 무장해제 되어가는 모습도 드라마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시바타를 진심으로 좋아하던 다이치나, 쿠로사와의 옛연인이었던 아키라와의 에피소드도 원작보다는 부드럽게 풀어가며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원작은 발암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원작 자체가 자칫 발향을 잘못 잡으면 아침드라마 같은 무리수를 쓰는 설정이 많은데 후카다 쿄코와 딘 후지오카의 연기력 덕분에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가 개그와 달달함을 오가며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처음엔 남자주인공이 틱틱 거리기만 해서 별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잘생겨져 보이는 마법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딘 후지오카가 매력적인 배우라고 느끼게 됐어요. 아마 이선균처럼 울림있는 목소리와 차가운 표정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부드러운 표정 연기가 시선을 끈 걸지도 모르겠네요. 내용은 유치하고 뻔하지만 30대 중반의 후카다 쿄코가 보여주는 여전히 귀엽고 생기발랄한 시바타와 근사한 안경남 딘 후지오카의 찰떡궁합 케미가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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