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1 - [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 [영드]인데버 시즌5
영국 ITV에서 2013년~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인데버(Endeavour)는 영국 추리소설가 콜린 덱스터의 추리소설이자 인기 있는 드라마쇼였던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드라마 입니다. 인데버는 모스의 이름이지만 극중에서는 항상 자신을 '모스'라고만 소개합니다. 2012년 파일럿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시즌 5까지 방영되었고(국내는 시즌4까지 소개), 한 시즌당 1시간 30분짜리 편성으로 4~5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출신의 지성을 갖춘 수재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형사의 길로 접어든 모스는 겉으로만 보면 왜소하고 마른 체형에 예민한 성격의 평범한 남자로 보입니다. 처음엔 시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부검실에서 기절할 정도로 형사라는 직업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세심한 관찰력과 사건을 넓게 보는 통찰력으로 사건의 맥을 짚어나가며 차근차근 범인을 찾아가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셜록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처럼 놀라운 추리와 시원시원한 사건 해결을 기대하고 본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모스의 추리는 마치 학문의 답을 찾아나가듯 사건의 정황을 보면서 다각도에서 사건을 조명하고 단서를 따라가다가 때로는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도 하고 헛다리를 짚기도 합니다. 너무 당당하게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다가 망신당하는 장면에선 시청자도 함께 오글거리며 무안해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평적인 시각에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끈질기게 탐문하고 수도 없이 발로 뛰면서 결국은 범인 찾기에 성공하는 인간극장을 보여줍니다.
시즌1은 카셜 뉴타운 시골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모스가 여학생 실종 사건 지원을 위해 옥스퍼드 경찰서로 파견되어 나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뉴타운 경찰서의 상사는 모스를 못마땅해 해서 잡일이나 처리하게 하지만, 옥스퍼드 경찰서의 서스데이 경사는 모스에게서 비범한 형사로서의 자질을 발견하고 그를 곁에 두게 됩니다. 시체 앞에서 맥을 못추고 술은 입에도 못대던 약골 모스는 서스데이의 권유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더니 시즌 후반에 가서는 홀로 스카치를 홀짝거릴 정도로 주당이 되어 갑니다.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단서를 찾아 비범한 행보를 보이다가도 벽에 막히기 일쑤인 모스를 보며 동료들은 괴짜취급을 하고 가끔 괴롭히기도 하지만, 결국 모스의 추리가 맞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 나갑니다.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정에 흔들리기도 하고, 뒷통수를 맞기도 하며,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는 모스의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승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스지만 동료들이 하나둘씩 자신을 제치고 직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동요하기도 하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캐릭터입니다. 시기하는 무리들 덕분에 번번히 시험에 떨어지고 그 때마다 처진 어깨가 더더욱 작아 보이는 모스는 영웅이라기 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옆집 청년같은 이미지 입니다.
사랑에도 서툴러서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쉽게 유혹당하기도 하고, 진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픈 이별을 하게 되는 모스의 일거수 일투족이 오히려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듭니다. 어쩌면 고정팬들 중에는 이 드라마의 범죄추리 요소보다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숀 에반스의 '모스'를 보고 싶어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1960년대 영국의 시대상이나 옥스퍼드 주변 거리를 재조명하며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서스데이 경감은 매일 아침 아내가 싸주는 샌드위치 도시락을 꼬박꼬박 받아들고 집을 나서는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이지만, 범인들 앞에서는 자비가 없는 불도저 같은 성미를 갖고 있습니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용의자를 때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아 모스와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정의구현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아 위험에 빠지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모스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데면데면하면서도 서로를 지켜주는 강한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인데버'에서는 여주인공은 따로 없지만, 서스데이 경감의 딸 조안의 존재가 후반부로 갈수록 부각되어 집니다. 시즌 3~4에서는 모스와 조안의 사이가 가까워질듯 멀어지는 안타까운 줄타기를 보며 모스의 러브스토리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모스를 도와주는 동료들의 활약도 조금씩 두드러지는데, 처음에는 앙숙이던 선배 제이크 형사와의 에피소드나,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스트레인지, 셜리 순경과의 호흡도 볼 만 합니다. 셜리 순경은 <황금나침반>에서 주인공 라라 벨라쿠아 역을 맡았던 다코타 블루 리처드입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라 했는데, 이렇게 컸을 줄은 몰랐네요. ㅎㅎ 처음엔 꽉 막히고 권력에 쩔쩔매는 것처럼 보이던 경찰서장도 후반부에서는 에피소드 하나를 책임지는 활약을 하며 멋쟁이 할아버지 서장으로 탈바꿈합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일이 잘 안풀리면서 형사로서도 한 남자로서도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는 모스가 시즌 5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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