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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드림걸즈 (Dreamgirls, 2006)

by R&X 2019.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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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왓챠 플레이에 2006년 비욘세 주연으로 화제가 됐던 음악영화 <드림걸즈>가 올라와 있길래 보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인종차별과 백인 중산층 입맛에 맞는 음악이 강세였던 시절, 흑인 여성 보컬인 에피, 디나, 로렐이 코러스부터 시작해 '드림즈'라는 3인조 그룹을 결성해 각종 차트 1위를 석권하며 승승장구하다, 멤버간 불화, 음악성과 작품성보다 상업성에 의존하는 기획사와의 갈등 등으로 결국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을 뛰어난 연출과, 감동적인 음악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이 영화에 영감을 준 여성그룹이 있다고 하는데요, 1960년대 최고 흑인 뮤지션이었던 플로렌스 발라드, 다이내나 로스, 메리 윌슨으로 구성된 '슈프림스'가 그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네 명의 십대소녀로 이뤄진 '프리메츠'라는 보컬 그룹으로 활동하다 모타운 레코드사와 계약하면서 여성3인조 '슈프림스'를 결성해 1964년부터 69년까지 무려 12곡의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에피(제니퍼 허드슨), 디나(비욘세), 로렐(아니카 노니 로즈)은 '드림메츠'라는 이름으로 오디션을 보며 지역 공연장을 전전하다, 캐딜락 중고차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음반 기획, 제작 등의 비즈니스를 하던 커티스(제이미 폭스)에 눈에 들어 당시 유명한 R&B 가수 지미 얼리(에디 머피)의 백코러스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 지미의 자유분방한 무대 스타일이 전국방송이나 백인 취향의 음악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 커티스는 지미와 결별하고 에피, 디나, 로렐로 이뤄진 '드림즈'라는 그룹을 결성합니다. 

원래 폭발적인 가창력과 풍성한 흑인 소울로 노래하는 에피가 리더 역할을 맡았었지만, 커티스는 드림즈의 성공을 위해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 백인들이 좋아할만한 소프트한 보이스를 가진 디나를 센터로 내세우게 됩니다. 이에 반발한 에피와 한 차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작곡가인 동생 C.C.와 연인인 커티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개인감정이나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 힘을 합치자고 설득하는 바람에 에피는 디나를 받쳐주는 역할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모든 포커스가 디나에게 맞춰지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게 되자 에피는 거칠게 반항하며 방송을 망치거나, 무대에 늦는 둥 불성실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에 커티스는 단호히 에피를 팀에서 빼고, 다른 멤버로 교체하게 되면서 에피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안고 사라지게 됩니다. 이 때 에피가 절규하듯 부르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온몸에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애절하고 폭발적인 성량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휘저어 놓습니다. 

에피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동안, 승승장구하던 디나는 커티스와 결혼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음악을 상업적인 기준으로만 보고 자기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커티스와 점점 갈등을 빚게 됩니다. 결국 디나는 구속 속에서 날개가 꺾인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Listen'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커티스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비욘세가 이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는 제니퍼 허드슨의 노래 실력이 압도적이라 상대적으로 비욘세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이 'Listen'이라는 노래를 통해 역시 비욘세는 명불허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시카고> <미녀와 야수><위대한 쇼맨> 등을 연출했던 빌 콘돈 감독이 지휘를 맡은 작품이라 역시 스토리 전개에서부터, 연출, 음악, 배우들의 연기에 이르기까지 흠 잡을 데가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연줄과 뒷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음악시장의 비리와 저작권이 무시되는 백인 중심의 방송 등 당시 불합리한 시대상이 흑인여성들로 구성된 드림즈의 성공을 더욱 빛나게 해주면서 묵직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슈프림스의 실제 결말과는 다른 아름다운 화합과 감동의 하모니로 멋진 피날레를 보여주는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최고의 공연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노래가 주는 메시지의 힘과 감동이 더욱 깊고 진한 여운으로 가슴 속을 휘저어 한 동안 OST의 늪에 빠지게 되는 흡입력 강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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