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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콜드마운틴(Cold Mountain, 2003)

by R&X 2019.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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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A.I>나 <가타카>, <클로저> 등 주드 로의 젊은 시절 영화를 보면 섹시한 이미지나 바람둥이, 배신자 이미지, 혹은 폼을 잡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간 강한 캐릭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 영화를 보면 <셜록홈즈>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놀아나는 약간 어벙한 왓슨을, <킹 아서: 제왕의 검>에서는 비열한 악역 보티건 역을, <신비한 동물사전2>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덤블도어 교수 역 등을 보여줬는데, 나이가 지긋해져서 그런지 좀더 여유가 넘치고 연기의 스펙트럼도 훨씬 넓어진 느낌입니다. 영화마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지만, 주드 로 영화 중 가장 가슴 설레이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역할은 <콜드 마운틴>의 인만 역을 꼽고 싶네요. 주드 로를 그냥 아재개그가 어울리는 '아저씨'로만 알고 계신 분들도 콜드 마운틴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실지도 모르겠네요. 

2003년작인 <콜드 마운틴>은 1860년대 미국의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콜드 마운틴'은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구석진 산골 마을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곳에 건강이 좋지 않아 휴양이 필요한 먼로 목사와 그의 딸 아이다(니콜 키드먼)가 이주를 해옵니다. 교양있고, 기품있는 자태로 마을 청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아이다는 과묵한 마을의 청년 인만(주드 로)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인만 또한 아이다에게 이끌리지만 두 사람 다 표현을 하지 못하고 닿을 듯 말 듯, 만날 때마다 눈길과 몇 마디의 말만 주고 받으며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던 중 노스캐롤라이나가 연방에서 탈퇴하면서 남북전쟁에 가담하게 되고 인만도 전쟁터에 나가게 됩니다. 사랑이 여물기도 전에 갑작스런 이별을 맞이하게 되자, 아이다는 인만을 찾아가 책을 핑계로 자신의 사진을 전하며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헤어지기 전 나누었던 단 한 번의 키스만이 두 사람이 가진 추억의 전부입니다. 

한 달 안에 금방 끝날 것 같던 전쟁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 되었고, 그 사이 목사인 아버지가 지병으로 숨을 거두게 되자 아이다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위태위태한 아이다는 계속 편지를 보내도 소식 한 장 없는 인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보냅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에도 서투른 아이다는 굶주림에 몸부림치며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한편 인만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어 있다가, 아이다의 딱한 사정이 적힌 편지를 접하게 되자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저없이 탈영을 결심합니다. 전쟁 중의 탈영은 곧 사형을 의미하기 때문에 아이다에게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여정이었습니다. 아이다는 생활력 강하고 걸걸하지만 마음씨 고운 마을 처녀 루비(르네 젤위거)의 도움을 받게 되고, 점점 자립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콜드 마운틴으로 돌아가는 길에 인만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전쟁이 남긴 참혹한 비극을 몸서리 치도록 체험하게 됩니다. 전쟁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약탈과 겁탈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던 북군을 저지하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인만의 영혼은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오직 아이다를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마침내 고향에 다다르게 된 인만. 결국 두 연인은 극적으로 만나게 되고, 하룻밤 동안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하나가 됩니다.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가 봅니다. 영화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택하게 되고, 가슴 저릿한 엔딩을 통해 인만과 아이다의 사랑은 더 깊고 더 굳은 결속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주드 로는 정말 연기를 잘합니다.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진실되고 한결같은 마음을 절절하게 잘 살려냈습니다. 니콜 키드만과 르네 젤위거 외에도 도널드 서덜랜드, 나탈리 포트만,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걸출한 주, 조연급들이라 더더욱 영화의 완성도와 몰입도가 엄청났기 때문에 주드 로의 연기도 더 빛이 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짧은 만남 속에서도 서로를 영혼 깊이 사랑하게 되고, 기다리겠다는 언약만으로도 영원을 믿을 수 있는 그 옛날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무게에도 감동하게 되지만, 전쟁으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비극과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에 숙연한 마음마저 들게 됩니다. 한 번 보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가시지 않는데다, 비극적인 전개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게 되어 후유증이 꽤 큰 영화입니다. 그래도 정말 요즘엔 느끼기 힘든 묵직한 감동을 주는 영화이니 꼭 한 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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