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메리포핀스(1964) & 메리포핀스 리턴즈(2018)

by R&X 2019. 5. 5.
반응형

<메리포핀스>는 1964년에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한 뮤지컬 영화로, 영국의 아동문학가인 파멜라 린던 트래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잘 알려진 줄리 앤드루스가 첫 주연을 맡게 된 영화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 효과를 사용해 실사(實寫)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면서 즐거운 노래와 상상력,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줄리 앤드루스는 이 영화로 1965년 아카데미상을 비롯, 골든글로브상, 영국아카데미상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잘 몰라도 극중에 나오는 경쾌한 왈츠풍의 삽입곡 '침침체리'는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1910년대 체리트리가 17번지에는 은행가이면서 가부장적이고 규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아버지 조지 뱅크스와, 집에서는 남편에게 꼼짝도 못하지만 밖에서는 여성 권리를 부르짖는 여성운동가인 어머니, 그리고 철없고 장난이 심한 제인과 마이클 남매가 살고 있습니다. 허구헌날 장난이 심해 유모들이 며칠을 배기지 못하고 다 나가버리자, 조지 뱅크스는 아이들을 엄격하게 교육할 유모를 직접 구하기에 이르는데 그 때 하늘에서 우산을 타고 메리 포핀스가 내려와 아이들의 유모가 됩니다. 

제인과 마이클이 바란대로 유머가 있고, 자상하며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많이 아는 메리포핀스는 거리의 예술가인 버트(딕 반 다이크)와 함께 아이들을 상상의 나라로 데리고 갑니다. 버트가 그린 분필 그림 속 세상으로 가게 된 아이들은 회전목마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기도 하고, 웃으면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알버트 삼촌 집에 가서 티타임을 가지기도 합니다. 메리포핀스로부터 거리에서 새모이를 파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2펜스를 건네주려던 마이클은 아버지와 함께 찾아간 은행에서 저축을 강요하는 은행장과 직원들로부터 도망치게 되고, 그 소동으로 조지 뱅크스는 은행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우게 된 조지는 메리 포핀스가 알려준 말문이 막힐 때 웃게 해주는 '슈퍼칼리프래글리스틱 엑스피알리도셔스'라는 주문을 외우며 가정으로 돌아갑니다. 아빠와 함께 연을 날리며 좋아하는 제인과 마이클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쓸쓸하지만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채 메리포핀스는 다시 우산과 가방을 들고 하늘 저 멀리 사라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줄리앤드루스의 다정다감한 미소와 아름다운 음악, 애니메이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상상의 세계가 꿈결처럼 펼쳐져 어른들마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준 가족 뮤지컬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무려 54년 만에 메리포핀스의 속편인 <메리포핀스 리턴즈>가 2018년에 개봉했습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시카리오> 등으로 그동안 강한 여전사 면모를 보여줬던 에밀리 브런트가 메리포핀스가 되어 돌아온 것이죠. 1편으로부터 25년이 지난 1935년 영국 대공황 시기, 이미 어른이 된 제인과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의 세 자녀인 애너벨, 조지, 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이클 역에는 <패딩턴><클라우드 아틀라스> 등으로 잘 알려진 벤 위쇼가 맡았고, 거리의 예술가 버트 대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음유 시인 역할에는 가로등 점등원인 잭(린-마누엘 미란다)이 등장합니다. 1편에도 나온 뱅크스가의 메이드였던 엘런은 이제 나이든 노파가 되어 기울어가는 뱅크스 집안을 겨우겨우 지켜가고 있었습니다. 엘런 역은 <맘마미아>와 <해리포터>에서 론의 엄마로 잘 알려진 줄리 월터스가 맡았습니다. 

1년 전 아내를 병으로 여의고 3남매를 홀로 키우고 있던 마이클은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그 상환일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마이클은 원래 화가였지만 생계를 위해 아버지 조지 뱅크스가 다니던 은행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고, 누나인 제인은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노동 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집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아버지가 남긴 은행 주식 증권을 잃어버린 마이클은 제인과 함께 온 집안을 뒤졌지만 증권의 행방은 온데간데 없고 집안은 여기저기 문제 투성이입니다.

또다시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위기의 뱅크스 가족 앞에 메리 포핀스가 나타납니다. 여전히 말하는 새 장식이 달린 우산을 쓰고 커다란 가방을 들고 하늘에서 나타난 메리 포핀스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돌보며, 25년 전 마이클과 제인에게 해주었듯이 마이클의 자녀들에게도 즐거움과 상상이 가득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특수효과 기술은 훨씬 업그레이드 됐지만, 애니메이션 속 세상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영상미를 선보이는 메리포핀스만의 엉뚱하면서도 정감어린 정서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잭과 세 아이들과 함께 도자기의 나라로 가게 된 메리포핀스는 과거에 버트와 함께 듀엣송을 부르며 춤을 추던 그 시절을 떠올리듯, 이번에는 잭과 함께 다시 조우하게 된 펭귄과 동물 친구들과 화려한 춤과 노래를 선보입니다. 메리 포핀스가 안내하는 상상의 세계는 1편의 기억을 더듬어 가듯이 비슷비슷한 상황들이 이어집니다. 1편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른 알버트 삼촌 집을 방문했다면, 2편에서는 둘째주 화요일마다 세상이 뒤집히며 거꾸로 살아가는 사촌 톱시(메릴 스트립)네를 방문합니다. 1편 후반부에서 버트와 굴뚝 청소부들이 보여준 유쾌하고 화려한 군무가 인상적이었다면 2편에서는 잭과 가로등 점등원들과 함께 하는 군무가 단연 돋보입니다. 

반가운 얼굴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1편에서 버트 역을 맡았던 딕 반 다이크가 이번에는 1편 은행장의 아들이자, 현 은행장인 도스 주니어로 깜짝 등장해 <메리포핀스>의 오랜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해 주기도 합니다. 점잖은 콜린퍼스는 이 영화에서만큼은 욕심많고 술수에 능한 사업가로 등장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정시마다 대포를 쏘아대는 붐 제독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과시합니다. 마지막에 풍선 할머니로 나오는 안젤라 랜즈베리는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유명한 배우라서 정말 반갑더라구요. 

줄리 앤드루스의 메리포핀스가 엄격한 척 하지만 다정다감하고 장난끼 많은 막내이모같은 느낌이라면, 에밀리 브런트의 메리포핀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근사한 첫째고모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절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메리 포핀스는 조금 제멋대로이고 속을 알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해지는 주문을 전해주며, 어려운 때일수록 씩씩하게 웃을 수 있도록 무한한 상상과 모험의 세계로 안내해 줍니다.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것처럼 가족들이 제 자리를 찾고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을 즈음 바람과 함께 조용히 하늘로 사라지는 메리 포핀스는 어릴 적 누구나 꿈꾸었던 '완벽한 요정이나 마법사'같은 존재입니다. 1편처럼 딱 기억에 남는 노래는 없었던 것 같지만 <메리포핀스 리턴즈>를 다 보고 나면 어릴 적 행복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잠시나마 마음이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