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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만화

[만화]아오하라이드-사키사카 이오

by R&X 2019.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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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사키사카 이오의 작품들을 다시 보고 있는데요, 그 중 <아오하라이드>는 주인공보다 서브 남주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된 만화입니다. 중학교시절 첫사랑인 타나카 코우가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게 돼 좋아하던 마음을 거둘 수도, 잊을 수도 없게 된 요시오카 후타바는 고교생이 되자 여자애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괄괄한 성격을 연기하다 실제로 덤벙거리는 여자애가 되어버립니다. 교정에서 우연히 코우와 다시 재회하게 되지만 예전과는 달리 시니컬하게 변한 코우를 보며 마음이 술렁거립니다. 미움받지 않기 위해 적당히 친구에게 맞춰주기만 하는 후타바를 보며 코우가 비웃는 말을 하자 그제서야 후타바는 정신이 번쩍 들어 거짓으로 이어오던 친구관계를 정리합니다. 

2019/10/29 - [만화]스트롭에지 -사키사카 이오

2019/09/24 - [만화]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사키사카 이오

변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학급위원이 된 후타바는 코우와 유우리, 슈코, 아야와 새로운 우정을 쌓아나갑니다. 코우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는 코우 곁에서 후타바는 내내 가슴앓이를 하게 됩니다. 코우가 비뚤어지려고 할 때마다 마치 히어로처럼 달려와주는 후타바 덕분에 코우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지려고 할 때마다 늘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맙니다.

평범하게 웃고 떠들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모습으로 사는 게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고 혼자만 아픔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리던 코우는 후타바를 향한 마음을 뿌리칠 정도로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틈을 비슷한 환경을 가진 동급생인 나루미가 파고 들어와 후타바와 코우의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 맙니다. 그 와중에 후타바를 좋아하게 된 키쿠치 토마가 후타바가 코우 때문에 침울해 할 때마다 위로해 주면서 결국 후타바는 자신에게 상처만 주는 코우를 잊기로 하고 키쿠치와 사귀게 됩니다. 

처음 키쿠치와의 만남은 후타바의 어이없는 실수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 키쿠치가 보여주는 다정다감하면서도 남자다운 모습에 설레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딱 부러지고 멋있는 캐릭터였다면 후타바가 연애로 약해진 틈을 타 접근한 키쿠치가 얄밉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코우가 워낙 자기 상처와 연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후타바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서브남이 사랑을 쟁취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 정도였지요. 

코우가 나쁜 남자는 아니지만, 자기 감정을 억제하지도 못할 거면서 누구든 다가가려고 하면 마음에 빗장을 걸고 뒤로 도망가기 바쁜 나약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남자를 사랑하려면 웬만큼 굳건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속앓이하기 딱 좋은 상대입니다. 반면에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지만, 자기 사랑에 대해 똑부러지게 결정할 줄 알고 솔직한 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면서 감싸 안아주는 키쿠치 같은 남자를 선택하면 좋으련만, 서브남은 서브남일 뿐 역시나 실연을 감당해야 하는 건 키쿠치의 몫이 되었습니다. 

키쿠치 또한 아직 어리기에 코우를 마음에 둔 채로 자기한테 와도 좋다고 말해놓고는 코우와 후타바가 엮일 때마다 초조해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흔들리고 맙니다. 게다가 옆의 친구가 한술 더 떠 후타바를 비난하며 흔드는 바람에 후타바는 코우에 대해서도 키쿠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 보다가 결국 코우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코우에게 달려가지요. 

암튼 아오하라이드 캐릭터 중에 키쿠치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키쿠치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따로 나왔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어요. 후반부에 키쿠치를 아야의 여동생과 엮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왠지 솜사탕 같은 사람 둘이 만나는 건 별로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아오하라이드는 애니와 영화로도 제작이 됐습니다. 애니는 1기까지만 제작되어 키쿠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초반부 이야기까지만 다뤄졌고, 영화에서는 키쿠치는 거의 단역일 정도로 영양가 없게 그려집니다. 아오하라이드 영화는 사실 주인공들의 연기가 너무 어색하고 오글거려서 몇 번이나 끄거나 넘기면서 겨우겨우 봤을 정도로 연출이나 분위기 모두 별로입니다. 특히 후타바 역의 배우(혼다 츠바사)가 연기를 너무 딱딱하게 해서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코우 역의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고교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원숙미가 느껴져서 어울리지 않아 보였고요. 키쿠치 역의 치바 유다이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좋았지만 너무 비중없게 다뤄져서 인상이 흐릿합니다. 

오히려 슈코 역의 신카와 유아가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해서 주목하게 됐어요. 최근 <철벽선생>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VOD가 나오면 꼭 보고 싶네요. 일본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가 너무 과장된 제스처를 쓰거나 부자연스러운 발음과 연기로 보기 괴로울 때가 꽤 많은데, 아오하라이드도 배우들간의 케미나 연기의 완숙도가 아쉽습니다. 그에 비하면 스트롭 에지는 같은 작가의 작품인데도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도 더 잘 맞아서 보기 좋았던 것 같아요. 

코우가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후 키쿠치와 후타바의 사이를 파고들며 뺏기 경쟁을 할 때는 너무 밉게 느껴졌는데, 정작 후타바가 코우가 아니면 안된다는 걸 깨닫고 두 사람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그 마음들도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아무리 남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들 자기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면 소용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아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는 것도, 이별하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사키사카 이오의 작품 속에서는 사랑을 이루어가는 순간순간의 고민과 결심들을 너무나 섬세하게 터치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납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스트롭에지>나 <아오하라이드>보다는 좀 약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도 내년에 영화로 개봉예정이라는데 빨리 보고싶네요. 유나와 리오의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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