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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애니

[애니]미래의 미라이(Mirai, 2018)

by R&X 201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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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흐름상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썸머워즈><늑대아이><괴물의 아이>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2019년 1월 개봉한 가족 애니메이션 입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전작을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에겐 살짝 실망스럽거나 의외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작품인데요,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세계관 자체의 설정이라기 보다는 아이의 심리와 성장하는 과정, 가족간에 이어지는 인연과 사랑에 대해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다보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늑대아이><썸머워즈>를 이리저리 섞어놓은, 미야자키 하야오식 공동체의 끈끈한 연계와 아동 성장 애니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새롭고 신선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고, 호소다 마모루의 색채와 개성이 사라진 자기 작품 복제식 육아애니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저조하다고 볼 수 있는 6점 중반대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고 관객수도 10만 명 정도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됩니다. 대외적으로는 칸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에 유일하게 초청되었고, 아시아최초 골든글로브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여동생이 생기자 처음엔 기뻐하던 쿤이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이 온통 동생한테만 쏠리는 것처럼 느끼자, 사사건건 떼를 쓰고 큰 소리로 울고 화를 내면서 동생을 괴롭히기도 하고, 부모에게 반항도 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갑자기 시공간의 차원이 판타지처럼 연결되면서 쿤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족 구성원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삶의 일부분을 함께 겪으며 가족에 대한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연대감과 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이해하게 되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모여 오늘의 자신들이 있음을 깨닫고 서서히 동생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줄거리 입니다. 


이 애니가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면 아무래도 주인공인 4살 쿤의 성우를 맡은 카미시라이시 모카의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한 몫을 했을 것 같아요. 연기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4살 아이의 목소리라고는 볼 수 없는 10대 여성의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데 작품 내내 몰입을 방해하더라구요. 원래 미라이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쿤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하네요. 더빙판으로 본 사람들이 훨씬 반응이 좋더라구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 목소리가 논란이 된 이후로, 성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난 애니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게다가 쿤이 후반부를 제외하고 이야기 내내 바닥에 드러누워 자지러지게 울고 떼쓰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피로도가 상승하기도 했어요. 갑자기 여동생이 생겨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 상실감을 느끼며 질투하는 아이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아이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유난스럽게 표현된 것 같아요. 깊이 공감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툭 하면 떼를 쓰고 성질을 부리는 아이와, 제대로 훈육을 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은 분들도 있어 보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집에서나 경험하는 일이기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현실감 있게 아이의 불안정한 정서와 아직 부모로서 서툰 엄마아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애니의 매력은 쿤이 갈등을 겪을 때마다 판타지의 문이 열리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특정 시대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데, 마치 누군가 오래 된 가족 앨범을 보며 들려준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을 찰나의 순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해 줍니다. '이래서 피는 못속이는구나, 피는 물보다 진하구나'라는 걸 느끼며 가족간의 유대가 더욱 깊어지는 순간을 느끼게 해줍니다. 애니를 볼 때는 잘 못느끼지만, 오히려 갈수록 긴 여운이 남으면서 쿤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만의 과거 추억속으로 들어가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아련하면서도 깊은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쿤의 아빠가 일하는 아내 대신 재택근무를 하게 돼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며 우왕좌왕하고, 우유부단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목소리 연기를 가수이면서 배우인 호시노 겐이 맡았더라구요. 일드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남주 츠자키 히라마사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신나는 노래와 깨알같은 엔딩 댄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배우라 인상에 남았는데, 목소리랑 쿤 아빠 배역이 딱 어울리더라구요. 

암튼 <미래의 미라이>라는 제목과 짧은 소개글만 보고 과거 오빠에게 뭔가 큰 일이 생겨서 미래에서 동생이 찾아와 모험을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전개라 의외였어요. 가족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을 판타지적 요소에 녹여서 보여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새로운 시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 감독의 아이들을 모델 삼아 그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아이들의 표정과 움직임, 행동만큼은 정말 사실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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