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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영드]BBC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015)-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by R&X 2019.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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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강하게 내포된 리뷰입니다. (범인은 공개하지 않음)

2015년 BBC에서 아가사 크리스티 탄생 125주년 기념작으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3부작 드라마로 제작했는데, 최근 올레TV 해외드라마에 VOD로 올라왔더라구요.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 중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오웬 부부에 의해 섬에 초대된 8명의 손님들과 섬에 있던 집사 부부 10명이 '인디언 인형(혹은 병정)'에 얽힌 동요 내용대로 한 명씩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 드라마 입니다.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정체불명의 범인에 의해 한 명씩 의문의 살인을 당하는 내용이라 소설로 읽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내용인데, 설사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 해도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끝까지 심장 쫄깃해지는 느낌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영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챙겨본 분들이라면 잘 아는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섬에 초대된 8명의 손님은 판사인 위그레이브(찰스댄스), 학교 교사였는데 이번에 오웬 부부의 비서로 채용된 베라 클레이슨(매브 더모디), 껄렁껄렁한 한량처럼 보이는 앤소니 마스턴(더글라스 부스), 꺼림직한 분위기의 윌리엄 블로어 경감(번 고먼), 신경학자인 에드워드 암스트롱 박사(토비 스티븐스), 전쟁영웅인 존 맥아더 장군(샘 닐), 엄격한 종교인인 에밀리 브렌트 여사(미란다 리처드슨), 용병이었던 필립 롬바드(에이단 터너), 집사인 토마스 로저스(노아 테일러), 그리고 아내 로저스 부인(안나 맥스웰 마틴) 이렇게 10명이 등장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다 공통점이 없는 8명은 저마다의 이유로 오웬 부부의 초대에 응해 섬에 오게 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 중 누구도 오웬 부부를 실제로 만났거나 그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웬 부부는 다음 날 아침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8명의 손님들을 맞이한 로저스 집사 부부는 성대한 만찬으로 불안해 하는 손님들을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녹음기를 통해 기분 나쁜 목소리가 저택 안에 울려퍼집니다. 로저스 부부를 포함해 8명의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세간에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들이 과거에 누군가를 살해했던 이력을 줄줄이 읊는 목소리에 모두가 경악을 하며 불쾌함을 표시합니다. 하지만 육지로 나가는 배는 다음 날 오전에야 들어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택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들은 방금 전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읊었던 사건의 내막에 대해 한 명씩 변명이라도 하듯 예기치 않은 사고는 있었지만 살인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필립 롬바드만이 자신이 과거 21명의 아프리카 부족을 몰살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하자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거나 경계합니다. 각자가 말도 안되는 누명이라며 변명을 하는 동안 플래시백(추억이나 회상씬)처럼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을 시청자들만 알 수 있도록 조금씩 보여줍니다. 

안소니 마스턴의 경우 그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던 이름이 누군지 기억을 못하다가, 어두운 시골길에서 자신의 차에 치여 죽은 어린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는데, 그 순간 안소니가 피를 토하며 모두의 앞에서 죽어버리고 맙니다. 베라는 각자의 방에 걸려있던 '10명의 병정' 동요에 적혀있던 글귀를 기억해 내고 안소니가 그 동요에 나온대로 '목이 막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식탁에 놓여있던 10개의 병정 조각도 하나가 없어져 9개가 됐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립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베라의 말을 무시한 채 내일 날이 밝으면 섬을 나가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또 한 명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후 배는 오지 않고 섬에 갇힌 8명은 차례차례 동요의 내용대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행히 15세 관람이라 살해당하는 장면을 블러(blur) 처리해서 잔혹한 장면은 최대한 가려줍니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살해당하는 내용보다는 자신들은 죄가 없다며 주장하던 사람들의 과거를 현재와 교차하며 보여주면서 그들의 이율배반적이고 가증스러운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연출력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더더욱 고조되고, 처음에는 오웬 부부가 어딘가에서 숨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오웬 부부는 가상의 인물일 뿐, 범인이 자신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분위기는 점점 극한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제목 그대로 생존자가 단 한 사람도 없이 섬에 있던 열 명 모두가 죽는 상황에 이름으로써 독자들(결말을 모르는 시청자)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범인과 범행 동기가 드러나면서 마지막까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소설을 봐서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피해자들이 어떤 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죽기 전까지 그들이 느낄 공포와 두려움, 그들이 과거에 저지른 행적들이 밝혀지고 인간의 위선적이고 악한 행실에 진저리를 치게 되면서 오히려 살아남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되는 결말에 안도하게 됩니다. 

원작과 살짝 살짝 다른 부분도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판사 역을 맡은 찰스 댄스는 최근에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왕좌의 게임 등에도 출연해 잘 알려진 명배우이고, 롬바드 역을 맡은 에이단 터너는 폴다크 시리즈와 러빙 빈센트에 출연했습니다. 번 고먼은 수많은 영드와 퍼시픽 림 등에서 얼굴을 알렸고, 샘 닐은 쥬라기공원으로 유명하죠. 최근에는 피터래빗에도 나왔었구요. 더글라스 부스는 주피터 어센딩, 메리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등에 출연했습니다. 여주인공을 맡은 매브 더모디는 딱히 낯익은 작품은 없었는데, 연기를 아주 잘 하더라구요. 3부작으로 만들어져 등장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과거 히스토리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고 긴장감 있게 다룬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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