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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드라마]영국BBC 판타지 드라마 - 마법사 멀린

by R&X 201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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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본 <마법사 멀린>은 영국 BBC에서 2008년부터 시즌당 13화씩 방영해 2012년 시즌5로 종영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마법사 멀린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창작 드라마로 콜린 모건(멀린 역)과 브래들리 제임스(아서 역), 케이티 맥그라스(모르가나 역) 등이 출연합니다. 대마법사 멀린은 보통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나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교수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에서 멀린은 아서와 또래인 젊은 청년으로 나옵니다. 아서의 아버지인 우서 펜드라곤이 카멜롯을 통치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며, 마법의 오용으로 많은 폐해가 나타나자 우서 왕은 흑마술뿐 아니라 그 어떤 마법도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자는 엄벌에 처했습니다. 

시골에서 카멜롯에 막 입성한 멀린은 모친의 오랜 지인이자 성의 의사인 가이우스의 신세를 지게 됩니다. 가이우스는 본래 약초나 연금술, 학문을 잘 다루는 마법사였지만 우서 왕이 마법사들을 탄압한 뒤로는 마법 능력을 숨긴 채 왕의 고문이자 의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갑니다. 멀린에게 마법에 대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지식을 전수하는 한편, 우서나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신신당부하며 위기에 처할 때마다 보호해주는 아버지같은 존재입니다. 

멀린과 아서의 첫 만남은 그리 좋게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평범한 평민으로 살다가 멀린의 도움으로 액스칼리버 칼을 뽑아 전설의 왕이 되는 '아서왕의 전설'과는 달리 이 드라마에서 아서는 이미 카멜롯의 왕자이자 후계자로 나옵니다.  부잣집 철 없는 도련님처럼 껄렁껄렁하게 나오며 시골촌뜨기에게 시비나 거는 별 볼 일 없는 청년처럼 등장했지요. 아서의 시종이 된 멀린은 아서와 티격태격하며 대부분 아서에게 당하는 쪽이지만 두 사람의 브로맨스 케미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찰떡궁합, 천생연분의 호흡을 자랑합니다.



물론 아서는 시즌5 마지막편이 되기 전까지 멀린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시종일관 마법으로 아서의 뒤를 지켜주며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멀린의 희생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멀린이 신분과 상관없이 항상 입바른 소리를 하고, 주눅들지 않으며, 진정한 친구로서 아서 옆에 있어준다는 것을 알기에 아서는 멀린을 가장 신뢰하고 있습니다. 흑마술을 증오하는 우서의 극단적인 마법 탄압정책의 영향으로 아서 또한 마법을 경계하지만, 어렴풋이 자신을 보호하는 마법의 기운을 언뜻언뜻 감지하게 되고, 마법능력을 가진 드루이드족들이 우서가 두려워하는 만큼 모두 악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좀더 유연하게 대처해 나갑니다. 

멀린은 카멜롯 성에 온 순간 특별한 마법의 힘을 감지하고 이를 찾아나섰다가 우서에 의해 지하감옥에 감금된 드래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드래곤의 목소리역을 <설국열차>, <닥터후 50주년 스페셜>의 전쟁의 닥터, <해리포터>에서 지팡이가게 올리밴더 역을 맡았던 존 허트경이 연기했습니다. 이 드래곤은 처음엔 멀린의 힘을 이용해 감옥을 탈출하려고 멀린에게 이런저런 예언과 마법에 대한 지식을 전해주며 구슬리지만, 결국 나중엔 드래곤로드가 된 멀린을 따르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멀린은 드래곤으로부터 자신의 운명은 '훗날 알비온(옛 영국의 명칭)을 통일할 위대한 왕이 될 아서를 지키는 것'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 예언이 이끄는 대로 멀린은 몰래 마법을 사용해 아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목숨을 걸고 지켜줍니다. 하지만 마법능력을 감춰야 하기 때문에 아서 앞에서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어디 숨어있거나 쓰러져 있는 모습만 보여줘 타박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멀린의 팬들은 아서가 멀린이 실은 마법사이며 몇 번이나 아서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걸 알고 감동받을 그 순간을 기다리며 시즌 5까지 참고 기다린 분들이 많은데, 결말이 너무 안타깝고 슬퍼서 멘붕이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마법사 멀린에서 아서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적은 우서의 양녀이자 실은 친딸이었던 모르가나와 그 이복언니 모르고스입니다. 모르가나는 처음에는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마법이 발현되면서 충격에 빠집니다. 우서왕이 마법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그동안 마법사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잘 아는 모르가나는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마법사가 핍박당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우서왕과 이복동생인 아서에게 반기를 듭니다. 

사악한 마법사인 모르고스의 유혹으로 점점더 악에 물들어 가는 모르가나와 이를 저지하려는 멀린의 숨가쁜 대결이 볼만합니다. 모르가나도 처음엔 멀린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사사건건 자신을 방해하는 정체불명의 마법의 힘에 불안해하고, '엠리스'라는 위대한 마법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몰두합니다. 사실 엠리스는 멀린을 말하는 것이며, 멀린이 다른 사람 앞에서 마법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백발의 엠리스로 변장해 활약하기도 합니다.

아서왕의 전설에서는 조카인 모드레드와의 결투에서 모드레드를 죽이고 결국 아서왕도 죽게 되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모드레드는 아서의 목숨을 위협하는 드루이드족으로 나옵니다. 모드레드의 아역시절은 <엔더스 게임>,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으로 알려진 에이사 버터필드가 맡았습니다. 드래곤의 예언을 미리 들은 멀린은 모드레드가 아서에게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고 경계하지만, 아직 어린 모드레드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기에 우서왕의 탄압으로부터 오히려 모드레드를 구해줍니다. 멀린이나 아서 모두 미래에 위협이 된다고 해서 우서처럼 무조건 무력으로 제압하고 박해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목숨을 걸고 폐해와 싸울지언정 공정함과 도의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나중에 왕비가 되는 기네비어는 이 드라마에서는 모르가나의 시녀로 나옵니다. 신분과 인종의 차이로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지만, 결국 아서와 맺어지며 왕비가 되지만 그 과정엔 우여곡절이 너무나 많습니다. 카멜롯의 왕좌를 노리는 모르가나에 의해 수많은 핍박과 음모에 얽히게 되고, 이용당하고, 납치당하는 불운한 여인입니다. 덕분에 멀린이 중간에 엄청 고생을 하게 되지요. 랜슬롯이나 아서의 기사들도 시즌 중후반에 속속 등장해 극의 재미를 높여줍니다. 사악한 마법사, 드루이드, 트롤, 고블린 등 판타지 캐릭터들의 등장과 카멜롯을 위협하는 주변국의 침략, 내부의 적에 맞서 싸우는 아서왕과 그 뒤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멀린의 극한직업체험기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멀린 역을 맡은 콜린 모건도 처음엔 오이같은 이미지가 좀 풍기지만, 매력적인 눈웃음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금세 보는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가끔 로맨스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은 여성팬들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아서와 멀린의 꽁냥꽁냥 브로맨스 케미입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욱 끈끈해지는 아서와 멀린의 우정의 깊이만큼 시즌5 종영으로 더이상 두 사람의 케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엠리스의 모습을 한 멀린의 쓸쓸한 발걸음이 더 애처로워 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 마법이 나오는 가볍고 캐주얼한 역사판타지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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