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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애니

[애니]죽은자의 제국(2016)

by R&X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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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16년 개봉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죽은 자의 제국>은 일본의 천재 SF 작가로 일컬어지는 이토 케이카쿠가 34세의 나이로 요절하면서 유작으로 남겼던 30페이지 분량의 프롤로그와 시놉시스를 그의 친구이자 작가인 엔도 조가 소설로 완성한 동명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배경은 가상의 19세기 말 런던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죽으면 살아있을 때보다 체중이 21g 가량 감소되는데, 그것이 영혼의 무게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네크로웨어'라고 불리는 가짜 영혼을 죽은 사람의 몸에 넣어서 부활시키는 기술이 발달했는데, 처음에는 극심하게 반대하던 사람들도 여성을 중심으로 점차 이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전쟁이나 위험한 일에 되살아난 시체를 이용하면 더이상 가족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각국에서는 네크로웨어 기술을 활용해 사고나 감정을 갖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는 '걸어다니는 시체'를 대량으로 양산하게 되고, 이들은 산업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가 되었습니다. 

좀비처럼 핏기도 없고 눈에 초점도 없는 시체들이 비틀거리면서 단순노동이나 전쟁, 위험한 공장 일 등에 투입된 사회는 소름끼치도록 어둡고 기괴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애니의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실제 인물이나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름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셜록홈즈'에 나오는 '존.H.왓슨'으로 영국의 젊은 의학도로 나옵니다. 함께 영혼에 대해 연구하던 절친 프라이데이가 요절하게 되자 친구를 되살리기 위해 불법으로 친구의 시체를 소생시킵니다. 하지만 프라이데이 또한 감정과 사고를 할 수 없는, 단순히 걸어다니는 시체일 뿐이었습니다. 왓슨의 불법행위는 결국 첩보기관에 발각되어 처벌받을 위기에 처하지만, 왓슨은 처벌을 면하는 대가로 최초로 시체 소생술을 성공시킨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남긴 '비밀수기'를 찾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성공시킨 첫번째 소생된 시체인 '더 원'은 말도 할 수 있고 사고력이 있다는 말에 왓슨은 빅터의 수기 찾기에 매진합니다. 


빅터의 수기를 찾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된 왓슨은 결국 일본까지 건너가게 되고 점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사건은 위험하게 흘러갑니다. 처음에는 이 기괴한 시신들이 넘치는 독특한 사회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 빅터 수기의 행방, 더 원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흥미롭게 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사상들이 튀어나오면서 도대체 이 애니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일까 혼란스럽게 됩니다. 빅터의 수기를 이용하려는 자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애려는 자들, 영혼을 원하는 기계인간, 친구에게 영혼을 돌려주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집착 등등 수많은 욕망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영화는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더원'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인지, 살려낸 시신 안에 과연 진짜 영혼이 돌아올 수 있는지, 말을 할 수 있고 기억이 존재한다고 해서 완전히 부활했다고 할 수 있는지, 감정을 표현하는 기계에게 영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등등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들이 화려한 영상미에 가려져 숨막히는 암울함으로 다가옵니다. 게다가 수많은 물음표만을 관객에게 던친 채 다음을 기약하듯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려 깔끔한 결말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함이 남는 영화입니다. 작화는 상당히 고퀄리티로 캐릭터도 개성있고 아름답습니다. 무거운 분위기에 비해 액션은 역동적이고 캐릭터의 표정이나 성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SF적인 상상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취향저격인 작품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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