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즈니에서 만든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Christopher Robin, 2018)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어른이 된 모습과 푸, 이요르, 피글렛 등 동화 속 친구들이 스크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실사 영화입니다. 이완 맥그리거가 로빈 역을, <캡틴 아메리카>에서 페기 카터로 알려진 헤일리 앳웰이 아내 에블린 역을 맡았습니다. 푸의 목소리 연기는 짐 커밍스가 맡았는데, 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아주 깊은 여운을 가져다 줍니다.
어린 로빈이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곰돌이 푸와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장면이 그림책을 넘기 듯 삽화와 실사를 오가며 따뜻하게 펼쳐집니다. 로빈이 기숙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결국 친구들과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고, 푸가 매일매일 변함없이 로빈을 기다리는 사이 점점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로빈의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에블린을 만나 결혼하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고, 딸 매들린이 태어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로빈은 윈슬로 가방회사에서 근무하며 점점 일에 치여 삭막하고 현실에 짓눌린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회사가 경영악화로 경비절감과 인원감축 등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자, 로빈은 가족들과 주말에 시골집에 가기로 한 약속을 깨고 맙니다. 일에만 몰두하는 로빈에게 실망한 아내와 딸은 둘이서 시골집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로빈은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같은 날,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잠을 깬 푸는 친구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워 합니다. 이 혼란을 해결해줄 사람은 크리스토퍼 로빈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로빈이 들어왔던 나무 둥지 속 입구로 발을 내딛습니다. 푸가 다다른 곳은 바로 로빈이 살고 있는 런던 집 앞이었습니다.
푸와 다시 재회하게 된 로빈은 반가움보다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더 앞섭니다. 시간에 쫓기며 할 일이 많았던 로빈은 어떻게든 푸를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시골집 나무 둥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로빈을 바라보는 푸의 눈에는 한결같은 애정과 신뢰가 담뿍 담겨 있습니다. "날 만나서 반갑니, 크리스토퍼 로빈?" "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크리스토퍼 로빈." "풍선이 널 행복하게 해주지 않니?" "그 서류 가방이 풍선보다 더 중요한 거니?"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나는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천연덕스러운 푸의 대사는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주옥같은 메시지입니다. 푸는 또박또박 로빈의 풀네임을 불러주며, 로빈이 예전처럼 호기심 넘치는 눈빛으로 세상을 보고, 즐거움을 찾고, 행복해 지기를 바라며 질문을 던지지만, 로빈은 그 질문이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 다다랐을 때 마치 로빈의 마음 속처럼 날씨는 우중충하고 주변은 안개에 뒤덮여 있습니다. 친구들을 찾기 위해 탐색을 해보지만 푸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주변을 뱅뱅 돌기만 했다는 걸 알게 된 로빈은 결국 폭발하고 맙니다. 푸는 로빈에게 친구들이 많냐고 묻지만 로빈은 그들은 친구가 아니라며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냈다고 말합니다. 푸는 로빈을 바라보며 '너는 나도 떠나보냈니?"라고 묻습니다. 로빈을 바라보는 푸의 눈동자가 쓸쓸함으로 가득 찹니다. 그리고 푸는 조용히 로빈의 눈 앞에서 사라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친구들을 찾았지만, 동심을 잃고, 내일만 바라보며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로빈을 티거나 이요르, 피글렛 같은 친구들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지금의 로빈은 그들에겐 두려운 괴물같은 존재입니다. 로빈은 변한 건 친구들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로빈이 '놀이'를 시작하자 친구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제야 우리의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이 돌아온 것입니다. 로빈은 푸를 찾아가 사과를 합니다. "푸, 내가 길을 잃었었어"라고 말하는 로빈에게 푸가 들려준 말은 큰 울림으로 돌아옵니다. "괜찮아, 내가 너를 찾아냈잖아."
할아버지 같은 음색으로 푸가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며 사랑스럽고 그리운 감정을 끌어냅니다. 살아 움직이는 인형의 모습을 한 푸와 친구들의 모습은 어릴 적 침대맡에서 꼭 끌어안고 자던 둘도 없는 인형친구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순수했던 그 시절을 잊어버린다면 다시는 찾지 못할 그리운 친구들이죠. 로빈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순간, 친구들은 또 하나의 기적을 로빈에게 선물합니다. 바로 가족을 되찾아주는 일이죠.
로빈이 다시 푸가 알던 크리스토퍼 로빈으로 돌아오자 푸는 행복해 집니다. 푸가 로빈에게 묻습니다. "무슨 요일이지?" "오늘은 오늘이야" "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난 오늘이 내일이었던 어제가 너무 무서웠어." 푸와 로빈이 함께 앉아 있는 뒷 모습에서 따뜻한 위로와 행복이 전해집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많은 생각할 거리와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푸와 친구들의 해맑은 얼굴과 순수한 눈동자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위안을 얻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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