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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개들의 섬 (Isle of Dogs, 2018)

by R&X 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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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섬>은 20년 후의 가까운 미래, 디스토피아적인 음울한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출했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2009년에도 <판타스틱 Mr. 폭스>라는 작품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개들의 섬>도 무려 6년이라는 제작기간을 거쳐 장인 정신으로 탄생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일본 가상의 도시 '메가사키'의 6대 시장인 고바야시 겐지는 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당선되기 위해 시민들을 현혹시키고자 개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공포를 조장합니다. 급기야 '긴급 검역령'을 내리고, 자신이 양자로 삼은 먼 친척 소년인 고바야시 아타리의 경호견을 시범 케이스로 '쓰레기섬'에 유배시킵니다. 그리고 6개월 후 쓰레기섬에는 버려진 개들로 넘쳐나게 되었고, 질병과 슬픔, 분노만이 가득한 고립된 장소가 되었습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를 이루고 다른 개들과 영역 싸움을 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렉스, 보스, 킹, 듀크는 사람과 함께 살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미래가 없는 쓰레기 섬에서 점점 희망을 잃어갑니다. 원래 떠돌이개였던 치프는 버려지고도 사람들을 잊지 못하는 그들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며 어떻게든 살아남을 생각을 하라고 다그칩니다. 어느 날 쓰레기섬에 불시착한 경비행기 속에서 한 소년을 발견하게 되면서 렉스 일행의 일상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소년은 고바야시 시장의 양자인 아타리로, 자신의 첫 반려견이자 경호견이었던 스팟을 찾으러 비행기를 훔쳐 몰래 온 것이라 합니다. 아타리가 스팟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해 렉스 일행이 힘을 합칩니다. 치프는 인간 따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려는 동료들이 못마땅하지만, 소년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소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비행기를 추적해 아타리가 쓰레기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바야시 시장은 사람들의 혐오감과 증오심을 부추겨 선거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개들이 아타리를 납치했다는 거짓 뉴스를 흘리고, 무장한 군인들을 보내 개들을 잡고 아타리를 데려오라고 명령합니다. 고바야시 시장의 경쟁자이자 과학당 리더인 와타나베 교수가 개독감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고바야시 시장은 의도적으로 이를 묵살하고 그를 자택에 가둡니다. 

한편, 자신의 개를 찾기 위해 소년 혼자 쓰레기섬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감동을 받은 일부 사람들이 개들과 함께 했던 일상을 되찾기 위해 시위에 나서고, 그 중 유학생이자 교내 신문기자인 트레이시는 의도적으로 개들을 혐오 대상으로 만드는 고바야시 시장의 음모를 캐내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들에 대한 고바야시 시장의 정책은 더욱 잔인하고 포악해지고, 쓰레기섬의 개들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릅니다. 과연 아타리는 자신의 반려견 스팟을 만날 수 있을지, 쓰레기섬에 방치된 개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하게 이 영화에서는 사람의 언어는 자막을 넣지 않은 채 웅얼거리는 듯한 일본어로 말을 하고, 멍멍 짖는 개들의 언어만 영어로 말하면서 자막을 넣어줍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과 개들의 단절된 관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사람들의 표정에서 드러난 증오와 공포, 음모와 사기, 외면과 무시 등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더욱 더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오랜 세월동안 개들을 실험하고 학대하며 결국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필요에 따라 언제든 쓰레기처럼 처분하고 간단히 몰살하려는 사람들의 행태가 개들의 시선에서 더더욱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쓰레기가 가득한 섬에 버려졌어도 지난 날 사람과 함께 하면서 받았던 아주아주 작고 사소한 친절을 잊지 못하고 그들을 그리워하며,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는 개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려옵니다. 스톱모션으로 표현되어 표정이나 움직임이 딱딱하고 인위적이고 거칠지만, 실사와 2D, 3D 사이의 갭이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여운을 더 깊고 크게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어줍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일본 특유의 화려하고 화사한 색감과 배경으로 묘사되고, 폐허가 된 쓰레기섬은 차갑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한 동작 한 동작 섬세한 장인정신으로 완성한 이 영화는 브라이언 크랜스톤(치프), 에드워드노튼(렉스), 리브 슈라이버(스팟), 빌 머레이(보스), 틸다 스윈튼(오라클), 스칼렛 요한슨(넷메그)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고 있어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감정이 전달됩니다. 귀여운 개들이 잔뜩 나오는 동화같은 이야기인 줄 알고 봤다가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가는 분위기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의식 때문에 긴 여운과 함께 풀어야할 숙제를 잔뜩 받고 나오는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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