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미셸 파이퍼 주연의 <어느 멋진 날>은 1996년에 개봉한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마음이 달달해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젊은 미셸 파이퍼의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모습, 완벽함 가운데 허당끼가 다분한 매력이 돋보입니다. 멜라니 파커(미셸 파이퍼)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무엇이든 혼자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며 주변에 손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해내려고 아등바등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혼남인 잭 테일러(조지 클루니)는 데일리 뉴스지의 칼럼니스트인데 갑자기 전처가 맡기고 간 딸 매기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웃인 멜라니가 항상 아침마다 매기를 학교에 데려다 줬는데, 하필 아이들의 소풍날 잭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학교 시간에 늦게 됩니다.
학교 앞에서 맞닥뜨린 멜라니와 잭은 이미 아이들이 탈 버스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황급히 부두로 달려가지만 코 앞에서 배를 놓칩니다. 이 때부터 멜라니와 잭의 아웅다웅 투닥거리는 작은 전쟁이 시작됩니다. 멜라니는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고, 잭은 자기가 쓴 칼럼 때문에 신문사에서 찾고 난리인데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우왕좌왕 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가는 곳마다 말썽이라 보는 사람이 다 답답할 지경입니다. 회사에 아이를 데려간 멜라니는 새미 때문에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고 매기를 신문사로 데리고 간 잭도 형편이 나아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멜라니와 잭은 서로 합의 하에 아이들을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 서로 맡아주기로 하고 급한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핸드폰이 서로 뒤바뀌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멜라니와 잭은 쉴 새 없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 댑니다. 하지만 먼저 아이들을 맡았던 잭이 애들을 잘 돌보는 동안 무사히 일을 넘긴 멜라니를 그제서야 한숨 돌리며 잭을 다시 보게 됩니다. 방심은 금물. 멜라니 차례가 되었을 때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매기가 사라지자 멜라니는 패닉에 빠집니다.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고 아무리 버거워도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던 멜라니도 결국 점점 무너지게 되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제 앞가림도 못할 것처럼 보이던 잭이 오히려 모든 일에 여유를 갖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걸 보며 조금씩 마음이 끌리게 되지요.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 아이들,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직장일,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을 탓하지 않고 따뜻하고 자상한 면모를 보여주는 멜라니와 잭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폭풍같던 하루가 마무리 될 즈음 멜라니와 잭의 사이도 처음과는 달리 묘한 기류가 흐르며 가까워지고, 최악인 줄 알았던 날이 가장 아름다운 멋진 날이 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김수현 드라마처럼 신경전이 난무하는 대사가 끊이지 않고, 좌충우돌 정신없이 펼쳐지는 사고의 연속이 살짝 짜증도 유발하고 마음을 졸이게 하지만, 멜로의 호흡을 놓치지 않는 조니 클루니와 미셸 파이퍼의 출중한 연기 덕분에 영화가 흐르는 동안 무르익어가는 둘 사이의 사랑이 관객들에게도 달콤하게 전해져 옵니다. 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뉴욕 배경과 벽돌처럼 큰 모토로라 휴대폰을 매개로 하는 둘 사이의 통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언제나 현타를 날리는 여자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벼운 관계만 추구하던 잭이 조심스레 진실한 사랑에 다가가려 하는 모습과, 자신을 실망시켜온 남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의 셔터를 내렸던 멜라니의 마음이 잭을 향해 활짝 열리는 순간이 햇살 가득한 설레임으로 반짝입니다. 여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미셸 파이퍼의 풍부한 표정연기와 조지 클루니의 감수성 넘치는 미소가 화면 가득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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