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의 히어로영화 '아쿠아맨'이 오늘 개봉했습니다. 2017년 선보인 <저스티스리그>에서 이미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원더우먼 등과 함께 활약했던 터라 익숙한 제이슨 모모아가 단독으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 아주 성공적이었다 평하고 싶네요. 143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이 아주 볼거리 많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였어요. <컨저링>이나 <직쏘>같은 공포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든 것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감각있고 재치있는 감독 같습니다. 이렇게만 만들어 주면 DC 히어로 영화도 마블에 못지 않은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겠다 싶습니다.
원작의 아쿠아맨은 금발의 백인 남성이지만, 영화에서는 하와이 출신의 제이슨 모모아를 주연으로 내세웠는데, 무척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하와이, 뉴질랜드, 호주, 사모아 등에 퍼져 있는 세계적인 대항해 민족이자 섬나라 민족인 '폴리네시안'을 떠올리는 이미지의 주인공을 아쿠아맨으로 선정함으로써 바다와 고대 신화 아틀란티스의 이미지와도 잘 매치되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서 커리가 온 몸에 새긴 폴리네시안 타투 또한 바다와 전사의 이미지를 상징하며 아쿠아맨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예고편을 통해 알려진 바 대로 이번 영화는 아쿠아맨의 탄생과 아틀란티스의 기원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으로 오만해진 아틀란티스인들의 도시가 바다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생존을 위해 진화한 7개의 종족이 제국을 형성해 살고 있다는 설정 또한 흥미롭습니다. 마치 '바다 속 와칸다' 를 보는 듯, 초고도 문명사회를 이루고 있는 신비로운 아틀란티스 세계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최근에 <몬스터호텔3>에서도 버뮤다 삼각지대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면서 아틀란티스로 가는 여정을 다루고 있었는데, 영화관에 앉아서 눈 앞에 펼쳐진 상상 속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호강 제대로 하고 온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틀란티스의 공주인 아틀라나(니콜 키드먼)가 정략결혼을 피해 육지로 나와 등대지기인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들 아서(제이슨 모모아)를 낳았지만 왕의 친위대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남편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바다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아틀라나의 충신인 벌코(윌렘 대포)가 어린 아서 앞에 나타나 언젠가 때가 되면 그를 왕으로 세우기 위해 몰래 훈련을 시킵니다. 저스티스리그에서 바다 속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던 아쿠아맨의 모습은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받아온 꾸준한 교육과 훈련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바다 속 7개 제국 중 하나인 제벨 왕국의 공주 메라(엠버 허드)는 빨간 머리가 살짝 안어울리긴 하지만 아서와는 잘 어울리는 한쌍 같아 보입니다.
아틀라나가 바다로 돌아간 후 정략결혼을 해서 낳은 이복동생 옴과 후계자 다툼을 하게 되고, 바다의 지배자인 포세이돈의 상징인 삼지창을 얻는 자가 아틀란티스의 정통 왕으로서 인정받게 된다는 스토리는 뻔하지만 언제나 잘 통하는 스토리입니다. 출생의 비밀, 보잘 것 없는 존재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로 거듭나는 영웅의 시련과 역경, 그리고 고난을 극복하고 진정한 왕이 탄생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여정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고보면 아쿠아맨의 이름이 '아서'인 것도 의미있는 설정입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왕이 통치하는 7개 제국으로 나뉘어져 있고, 카스트 제도처럼 엄격한 신분제도와 자비 없는 강력한 왕권의 통치를 받고 있습니다. 잠수정이나 전투함 같은 이동수단이 있지만 전쟁에 '해마'나 '상어'를 동원하기도 해 최첨단 기술과 고대의 전투 기술이 혼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암튼 바다 속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며 거대한 스케일로 싸우는 아쿠아맨과 아틀란티스인들의 모습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호쾌하고 멋있습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블랙만타도 최근 히어로 무비에 등장하는 여느 악당들처럼 무조건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를 가진 악당입니다. 하긴 해적질을 하던 사람이었으니 애초에 선하다고는 볼 수 없는 사람이지만요.
몸에 딱 달라붙는 황금색 갑옷이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제이슨 모모아는 소위 말하는 '간지'가 좔좔 흐를 정도로 너무나 멋지게 아쿠아맨을 소화합니다. 옴 왕자가 육지를 향해 분노하는 이유도 왠지 납득이 가지만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아쿠아맨의 활약과 보물찾기처럼 왕의 정통성을 찾기 위해 메라와 함께 떠나는 여정도 재미있고, 쥘 베른의 소설이 연상되는 지구 속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영상미도 푹 빠져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캐스팅, 감독의 연출, 영상미, 액션 모두 몇 번을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서 다음 2편도 꼭 나와주길 기대합니다. 저스티스리그 시리즈도 이 정도 퀄리티로만 나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스크롤 올라가기 전 쿠키 영상이 하나 있으니 놓치지 말고 감상하세요~
2018/12/04 - [애니]몬스터호텔3 : 아틀란티스와 또 다른 바다세계를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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