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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vs 신고질라(2016)

by R&X 2019.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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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극장에서 개봉 중인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를 보고 왔습니다. 2014년 <고질라>를 선 보인 이후 5년 만의 속편인데요, 거대한 괴수들이 때리고 부수는 액션은 시원해도, 사람들이 등장하기만 하면 '발암'이라는 평이 많길래 걱정했는데, 괴수 영화의 핵심인 '고질라와 거대괴수들'을 그럴싸하게 잘 만들어내서 나름 만족하고 봤습니다. 전편에서는 정부가 감추고 있던 비밀시설에서 거대괴수 '무토'가 깨어나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자, 고대로부터 지구의 균형을 지켜온 거대 괴수 '고질라'가 나타나 이를 응징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는 고질라의 공격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들을 잃은 '모나크' 소속 과학자 엠마와 전남편인 마크, 딸 매디슨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엠마 역에는 <소스코드> <컨저링> 시리즈로 유명한 베라 파미가가 열연했고, 딸 매디슨은 넷플릭스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 브라운이 맡았습니다. 

미지의 생물을 연구하고 괴수들을 통제하는 비밀연구소인 '모나크'는 세계 각지에 출몰했던 '타이탄'이라 불리는 거대 괴수들을 얼음 속에 얼려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곳에서 거대 나방의 유충인 '모스라'를 부화시키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모스라의 유충이 흥분해 연구소가 위험해지자 엠마는 자신이 개발한 괴수들과 소통하는 주파수 기계인 '오르카'를 사용해 모스라를 진정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 때 극렬환경주의자들인 테러집단에 의해 엠마와 딸 매디슨이 납치됩니다. 

테러집단은 지구를 오염시키고 파괴해온 인간들을 응징하고 지구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각국에서 숨겨왔던 거대괴수들을 차례대로 깨우게 되는데, 그 중 전설적인 괴수인 머리 셋 달린 '기도라'가 눈을 뜨게 됩니다. 괴수들의 '알파'인 기도라에 의해 매머드처럼 생긴 베히모스, 마그마를 품은 거대새인 로단, 거미처럼 생긴 절지류형 괴수인 스킬라, 거대한 산거북이처럼 생긴 므두셀라 등 신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던 괴수들이 차례차례 등장해 도시를 아주 시원하게 박살내 줍니다. 영화 속에서 '킹콩'의 본거지인 스컬 아일랜드도 여러차례 언급되긴 하지만 콩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전편에서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던 고질라가 나타나 고대로부터 천적이었던 기도라와 맞붙는 장면이 아주 스케일이 크고 박진감 넘치는 장관을 보여줍니다. 쓸데없이 끼여드는 인간들 때문에 오히려 괴수들을 상대할 유일한 전력인 고질라가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하지만, 결국 정신차린 인간들의 협조와 아름답게 성장한 모스라의 지원으로 기도라와 최후의 대결을 펼치며 화려한 클라이맥스를 보여줍니다. 스토리는 단순하고 인간들은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신화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거대 괴수들의 실체를 CG로 그럴싸하게 재현해내 쏠쏠한 눈요기 거리가 되어줍니다. 기도라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왜 고질라가 그토록 기도라를 없애기 위해 혈안이 됐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신고질라>는 2016년 일본에서 제작된 고질라 영화로, <에반게리온>, <용의 치과의사> 등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실사영화입니다. 헐리웃판 고질라에 비해 괴수의 표현이 아주 조악하고 괴기스러워서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정도지만, 이 영화는 괴수를 등장시킨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일본의 정치와 관료주의를 비꼬고, 일본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알력관계, 원자력이나 방사능 재해 등을 고질라에 빗대 만든 일종의 풍자영화에 가깝습니다. <진격의 거인>에 출연했던 하세가와 히로키가 야구치 역을 맡았고, 이시하라 사토미(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 이치카와 미카코(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등이 열연을 펼칩니다.

일본 도쿄만 하네다 해안에 정체불명의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자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의 각 부서 각료들이 긴급 회의를 엽니다. 해저 화산 폭발이니, 간헐천 분출이니 다양한 의견을 내놓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의견이 분분한 사이 내각관방부장관 야구치는 인터넷 영상으로 확인했던 '거대 미확인 생물'의 존재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농담하지 말라며 의견이 무시당하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괴수의 꼬리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전문가를 급히 호출하지만 유명세만 있을 뿐 뾰족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탁상공론이 계속되는 사이 괴수가 육지로 올라오게 되고 주변의 건물들이 순식간에 파괴되며 대 혼란이 일어납니다. 처음에 이 괴수가 등장했을 때는 몸 형체도 이상하고,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아 거대한 봉제인형을 찍어놓은 것 같은 괴이한 모습에 황당할 정도였어요. 특수촬영기법과 CG를 접목했다고는 하지만 헐리웃 영화에 등장한 고퀄의 괴수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당혹스러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괴수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2형, 3형순으로 계속 형체가 바뀌었고, 결국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고질라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왼쪽이 헐리웃 영화의 고질라이고, 오른쪽이 <신고질라>에 나오는 최종 4형태 변형 모습입니다.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에서의 고질라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거대괴수들을 통제하고 지구에 피해를 주는 괴수를 응징하는 일종의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면, <신고질라>에 나오는 고질라는 파괴지왕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육지로 올라와 도쿄를 향해 걸어가면서 빌딩과 주택, 도로 등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군의 공격을 받으면 입과 등의 돌기, 꼬리 부분에서 방사능 빔 같은 화력을 뿜어대며 모든 걸 파괴해 나갑니다. 방사능 공격이 한계치에 이르면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가, 어느 정도 에너지가 충전되면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바다에 버린 방사능 폐기물을 먹고 진화한 생물의 일종으로 보이며, 물과 공기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진화된 생물체로, 기관총, 미사일 등의 공격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괴력을 자랑합니다. 자위대의 공격이 무력화 되고, 총리과 고위각료들도 피해를 입게 되자, 결국 미국에서 UN결의를 통해 도쿄에 핵무기 공격을 감행하기로 결정이 나고, 야구치를 중심으로 각지역에서 모인 전문가들이 고질라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 자력으로 고질라를 대응하기 위한 위험한 작전을 실행합니다. 

이 영화에서 일본은 미국와 열강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특히 미국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의 피해를 모른체 하는 악당(?)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시종일관 일본이 핵무기의 희생자이자 전쟁피해국인 것처럼 묘사되는 부분이 있어 보기에 불편한 면이 존재합니다. 

'고질라'라는 거대한 국가적 재난을 맞이해 드러나는 일본 정부의 민낯과 무능, 핵에 대한 공포와 국가 존속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고, 고질라와 어쩔 수 없는 공존을 하게 되었지만 언제든 이에 맞설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부 시스템과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경각심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헐리웃 영화가 CG로 탄생한 아름답고 거대한 신화 속 괴수들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좀더 맘 편히 괴수들의 파괴적인 액션을 오락처럼 즐길 수 있는 반면, 일본의 고질라는 어설프고 투박한 모습을 부각해 괴수영화에 대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일본 사회와 관료주의에 대한 풍자와 국수주의적 사고가 주를 이루고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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