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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명탐정 피카츄(2019)

by R&X 201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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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흐름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저는 피카츄 세대가 아니라서 딱히 팬도 아니고 포켓몬들에 대한 향수도 없지만 포동포동, 포실포실한 피카츄가 실사 버전으로 살아 움직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그 어쩔 수 없는 귀여움에 빠져 꽤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피카츄 목소리 연기를 했는데, 피카츄의 사랑스러움과 데드풀이 쫑알거리는 것 같은 아저씨 목소리 사이의 갭이 너무 커서 처음엔 너무 어색하더니 그것도 익숙해지니까 들을만 하더라구요.

사실 중간에 피카츄가 귀여운 목소리로 "피카-피카-" 말하는 부분이 영화 속에서 한 4번 정도 나오는데 그때만큼은 아무리 라이언 레이놀즈라도 그 입을 틀어막고 피카츄의 극강의 귀여운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었죠. 다음에는 라이언 레이놀즈 목소리를 빼고 피카츄 본연의 목소리로 된 실사 영화도 따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어느 수상한 연구소에서 '뮤츠'라는 강력한 포켓몬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던 중 의문의 폭발로 뮤츠가 탈출하면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납니다. 주인공인 팀 굿맨은 어머니를 여읜 후 경찰일에만 몰두하는 아버지와 떨어져 살며 소원하게 지냅니다. 팀은 평범한 보험사 직원으로 일하며 포켓몬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팀은 유품을 정리하러 인간과 포켓몬이 공존하는 라임시티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죽은 줄 알았던 파트너 피카츄를 만나게 되고, 아버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을 품은 채 우연히 만난 수습기자 루시와 함께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나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는 허술하고 뻔한 전개로 B급 영화 수준의 시시함도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이 영화는 만화나 애니 속 귀여운 포켓몬들이 살아 움직이는 실사 버전 모습을 보기 위해 관람한 거라 곳곳에서 등장하는 포켓몬들의 사랑스러움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피카츄와 팀이 처음 만난 순간, 가구들 사이에서 빼꼼 얼굴을 내민 피카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였어요. 라이언 레이놀즈의 목소리 덕분에 갑자기 아저씨 버전으로 바뀌어서 귀여움이 반감되다가, 중간중간 입을 오물거리며 통통거리는 피카츄 모습에 다시 마음이 사르르 녹기를 반복했습니다. 

중간에 포켓몬 배틀 현장에 일본인 드라이버가 나오는데, <과보호의 카호코><철벽선생> 등으로 유명한 타케우치 료마가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헐리우드 배우들 사이에 있으니 처음엔 누군지 못알아 봤는데 입술 아래 점을 보고 혹시...?하면서 다시 확인해 보니 그 타케우치 료마가 맞더라구요. 타케우치 료마가 <명탐정 피카츄> 일본 더빙판에서 팀 굿맨 목소리 연기도 했다고 합니다. 

팀굿맨은 저스티스 스미스가 맡았는데,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나서 왜 백인이나 일본인으로 캐스팅하지 않고 그를 택했는지 알겠더라구요. 중요한 인물과의 관계성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한 교묘한 장치였다는 걸 결말을 보고 알았죠. 

영상 속에서 재현된 포켓몬들의 디테일이 어찌나 뛰어난지 마치 진짜로 포켓몬같은 생명체가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잠깐 화면에 스쳐가는 것을 포함하면 꽤 많은 포켓몬들이 등장하는데요, 피카츄 외에도 고라파덕, 메타몽, 리자몽, 블루, 뮤츠, 개굴닌자, 마임맨, 잉어킹, 토대부기, 이상해씨, 내루미, 거북왕, 푸린, 로파파, 탕구리, 이브이, 잠만보, 에몽가, 에이팜, 판짱 등 다양합니다. 

포켓몬 팬들은 영화 속에서 익숙하고 그리운 포켓몬 친구들을 찾는 재미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반대로 너무 기대해서 실망한 분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 덕분에 포켓몬 봉제 인형들이 정말 잘 팔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스범스의 감독을 맡았던 롭 레터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솔직히 배우와 포켓몬 CG간의 시선처리나 호흡이 살짝 어색하게 구현되긴 했습니다. 1편은 피카츄의 실사버전을 세상에 소개하는 차원이었다고 치고, 다음 2편에는 피카츄가 본연의 귀여운 목소리로 돌아가 더 많은 포켓몬 친구들과 모험을 하는 이야기로 더 유쾌하게 만들어 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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