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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Goodbye Christopher Robin, 2017)

by R&X 201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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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굿바이 크리스토퍼 로빈>은 A.A.밀른이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과 런던동물원의 암컷 곰 위니를 모델 삼아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동화인 <곰돌이 푸>를 탄생시킨 비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어바웃타임><피터래빗>의 도널 글리슨이 밀른 역을 맡았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마고 로비가 밀른의 아내 다프네 역을 맡았습니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했던 밀른은 전쟁을 겪은 충격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지내게 됩니다.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을 낳았지만 아내인 다프네는 유모에게 모든 걸 맡기고 남편이 다시 작가로 재기하기만을 기다리다 결국 집을 떠나고 맙니다.

아내도 집을 비우고, 유모도 어머니가 아파서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밀른은 아들(애칭으로 빌리 문이라 부름)과 함께 숲속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빌리는 런던 동물원의 곰인 '위니'를 아주 좋아했고 자신의 테디베어 인형을 진짜 친구로 여기며 어딜 가든 함께 데리고 다녔습니다. 빌리가 밀른에게 자신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아들이 좋아하는 곰 위니의 이름을 따온 테디베어 인형이 등장하는 따뜻한 동심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아들의 실명을 딴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이 인형친구들인 푸와 티거, 이요르, 피글렛 등과 함께 상상의 숲인 헌드레드 에이커에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밀른의 친구이자 삽화가인 어니스트를 불러 숲속을 배경으로 정감있는 그림을 그리도록 합니다. 밀른이 다시 책을 쓰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 아내인 다프네도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POOH'라는 이름은 원래 밀른과 빌리가 숲속에서 만난 백조의 이름을 생각하다가, 만일 '푸'라고 불러도 백조가 알아듣지 못하면 '푸~'하고 한숨을 쉬는 척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떠올린 이름인데, 나중에 테디베어 곰에 '위니 더 푸'라는 이름을 붙여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전쟁 직후라 각박해진 세상에 곰돌이 푸와 인형친구들이 크리스토퍼 로빈과 함께 겪는 따뜻한 모험 이야기가 소개되자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됩니다. 게다가 실제로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자 빌리문은 마치 아이돌처럼 선풍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게 됩니다. 

곰돌이 푸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빌리문은 더더욱 외로워져 갑니다. 아빠와 함께 했던 소중했던 추억은 책의 소재로 이용되면서 더이상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밀른과 다프네는 출판 및 사인회, 각종 행사와 라디오 등 인터뷰에 응하느라 바쁜데다가 빌리문마저 온갖 매체와 판촉행사에 동원되면서 원치않는 삶을 살게 됩니다. 빌리문은 밀른에게 '자신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지 언제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쓰라고 했냐'며 항변하고, 자신의 책이 아들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밀른은 더이상 곰돌이 푸의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아들을 평범한 학교생활로 돌려보냅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서 곰돌이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실제 삶에 존재하는 빌리문은 어딜가나 주변인들의 시기와 비아냥, 따돌림 등을 받게 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다며 빌리문이 전쟁에 참전하게 되자 밀른은 회한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영화 말미에 밀른은 비로소 아들과 화해를 하게 되고, 동화속에서 곰돌이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이 헌드레드 에이커 숲을 바라보며 오늘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때처럼 두 사람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018/11/04 - [영화]곰돌이푸 다시 만나 행복해(Christopher Robin, 2018)

영화는 아름답게 마무리 됐지만 실제로 크리스토퍼 로빈은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살면서 죽을 때까지 곰돌이 푸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에는 단 한 푼도 손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과 싱크로율이 높았던 아역(윌 틸스톤)의 연기가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귀여워서 그 아이가 상처받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지만, 마지막에나마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빌리문의 모습이 진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영화에서도 친어머니보다 더 깊은 사랑과 헌신을 보여준 유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은 유모가 죽을 때까지 그 곁에서 함께 했다고 합니다.   

온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곰돌이 푸의 이야기가 정작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의 삶은 외롭고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곰돌이 푸는 지금까지도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화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만, 실제 그 안에 담긴 주옥같은 대사들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의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 가장 소중한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기 때문에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초심을 떠올리며 자신이 정말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를 전해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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