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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히로인 실격 외 사카구치 켄타로 영화 몇 편

by R&X 2019.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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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왓챠에서 만화원작 작품을 찾아보다가 <히로인 실격:2015>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히로인 실격>은 코다 모모코의 동명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으로, 키리타니 미레이와 야마자키 켄토, 사카구치 켄타로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학원물입니다. 여주인공의 연기가 과장되고 코믹스럽긴 했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귀엽게 묘사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소꿉친구인 리타(야마자키 켄토)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오던 하토리는 자신을 리타의 히로인이라 믿으며 혼자서 꿈의 나래를 펼칩니다. 하지만 리타가 왕따를 당하던 아다치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둘이 사귀게 되자, 졸지에 하토리는 실연을 당하게 됩니다. 리타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을 쳐보지만, 아다치가 보통 여자애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하토리는 번번히 사랑을 탈환하는데 실패하게 되죠. 그러던 중 학교 인기남인 코스케(사카구치 켄타로)가 하토리에게 관심을 갖고 대시를 시작합니다. 리타에게 일편단심인 하토리였지만, 아다치의 술수로 리타가 갈팡질팡 하는 동안 하토리는 실연을 인정하고 코스케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하죠.

<아오하라이드>와 비슷하게 리타는 어릴 때부터 불우한 환경에 놓여있었고, 사실은 하토리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아다치에게 휘둘리고 있어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남주인공입니다. 그 사이를 파고든 코스케 역의 사카구치 켄타로가 벽치기를 하거나 살살 눈웃음을 치면서 매력있게 하토리에게 다가가는 장면들이 오히려 심쿵 요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리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죠. 주인공보다 더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 코스케와 철없고 실수를 거듭하지만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하토리 덕분에 달달함이 넘쳐나다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로 막을 내려 김이 새긴 했습니다. 

이 영화 덕분에 사카구치 켄타로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됐는데,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인기있는 배우였더라구요. 그래서 파도타기로 다른 작품도 몇 개 보게 됐는데 그 중 인상적인 작품이 <너와 100번째 사랑>과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란 영화입니다. 

요즘 젊은 일본 남자 배우들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인상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사카구치 켄타로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서강준이나 남주혁 배우 얼굴이 언뜻언뜻 비치더라구요. 미남이라기 보다는 훈남형 배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웃을 때 눈웃음치는 얼굴이나 보조개가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너와 100번째 사랑 : 2017>은 타임 리프 장르인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레코드'를 손에 넣게 된 주인공 리쿠(사카구치 켄타로)가 첫사랑 '아오이'(미와)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100번의 시간을 되돌려가며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어떤 내용일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뻔한 내용이지만, 아오이를 향한 리쿠의 절절한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처연하게 묘사돼 심장을 조여오는데다, 실제 가수인 미와가 청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OST들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제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아오이는 리쿠가 더이상 타임 리프 속에 갇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특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영화 말미에 바닷가 축제에서 펼치는 밴드 공연과 아오이가 들려주는 담담한 노래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서 계속 맴돕니다. 항상 완벽하고 여유롭게 보였지만 사실은 뒤에서 아오이를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노력을 거듭해온 리쿠의 일편단심 순애보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사카구치 켄타로와 아야세 하루카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입니다. 2018년 7월에 개봉했는데, 사카구치 켄타로가 홍보차 내한하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노다메 칸타빌레>를 만든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이 연출했다고 하는데, 1960년대를 아우르는 옛 정서와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수려한 영상미와 다정한 색감으로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흑백 고전 영화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고,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작품 하나가 극장 안 창고 깊숙히 방치된 채 먼지만 쌓여가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영화 감독을 꿈꾸는 가난한 청년 켄지가 오래된 극장을 찾아가 밀봉됐던 흑백영화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영화 속 주인공인 '미유키 공주'를 동경해 흠모하게 됩니다. 

폭우가 몰아치던 날, 영화를 보고 있던 켄지의 눈 앞에 영화 속 미유키 공주가 기적처럼 현실로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미유키 공주는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흑백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켄지를 몸종이라 부르며 영화 촬영소에 쫓아간 미유키 공주는 영화 속 의상을 입고 온 몸에 파운데이션을 발라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동경하던 미유키 공주를 만나 기뻐하던 것도 잠시, 여기저기서 사고만 일으키는 미유키 때문에 켄지는 골치를 썩게 됩니다. 

미유키 공주를 열연한 아야세 하루카는 매번 화려한 영화 의상으로 갈아입으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고전미를 잔뜩 뽐냅니다. 엄청 민폐만 끼치고 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미유키 공주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 켄지는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지만 미유키 공주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라볼 수는 있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존재였던 영화 속 캐릭터인 미유키는 켄지를 만나고 싶어서 현실세계로 왔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이기에 사람의 온기가 닿으면 사라지고 마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죠. 세월이 흘러 켄지는 할아버지가 되었고, 병색이 짙어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간호사에게 영화 시나리오라며 미유키와 있었던 일을 담담히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죠. 

이 설정을 봤을 땐 <나츠메 우인장>의 작가인 유키 미도리카와의 <반딧불이의 숲으로>와 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괴의 숲에 살고 있는 긴이라는 소년과 호타루라는 소녀가 서로 끌리게 되지만, 사람의 손이 닿으면 긴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판타지라고 하기엔 평이하고 잔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중간중간 지루한 감도 있어서 배우들의 매력도 반감되는 느낌이었지만 마지막 반전이 아름다운 영상미로 채워져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야세 하루카 작품을 검색하다가 <바닷마을 다이어리 :  2015>라는 작품을 보게 됐는데 여기서도 사카구치 켄타로가 단역으로 나오더라구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세 자매가 불륜으로 가정을 버렸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혼자 남게 된 배다른 여동생 '스즈'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일어나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네 자매 역으로 아야세 하루카(사치)와 나가사와 마사미(요시노), 카호(치카), 히로세 스즈(스즈)가 출연하는데, 사카구치 켄타로는 둘째인 요시노의 남자친구로 잠깐 얼굴을 비치는 정도로 나옵니다.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일본 특유의, 가족간의 끈끈한 정서를 편안하고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불륜의 결과로 태어난데다 엄마와 사별하고 아버지마저 잃게 된 스즈는 지금까지 어디에 있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없는 것 같아 불안해 했지만, 결국 가족들을 아우르는 소중한 보물같은 존재가 되면서 행복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묵묵히 희생하면서 집안을 지켜온 맏딸 사치는 무책임한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로 인해 누구보다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지만, 스즈에게 손을 내밀어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용서와 화해의 방법을 배워나갑니다. 남자에게 휘둘리는 바보지만 좌절하지 않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둘째동생 요시노와, 사차원으로 엉뚱하지만 늘 긍정적이고 밝은 셋째 동생 치카가 있어 사치 또한 힘을 얻습니다. 다정다감하고 포용력있는 언니들 덕분에 스즈도 더이상 주뼛거리지 않고 막내로서 확실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갑니다.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 색채로 담백하게 그려지는 바닷가 마을의 일상 속에서 얼키고 설킨 복잡한 인간관계와 감정의 실타래들이 물에 녹듯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긴 여운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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