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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컨테이젼(Contagion, 2011)

by R&X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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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 사태를 마치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감염원도 그렇고 순식간에 접촉에 의해 전염이 이뤄져 전세계적인 팬데믹(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까지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있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1년 개봉했던 영화 <컨테이젼>인데요, 컨테이젼은 접촉성 전염병을 뜻합니다. 맷데이먼, 기네스펠트로, 주드로, 마리옹 꼬띠아르, 케이트 윈슬렛, 제니퍼 엘 등 유명배우가 출연해 더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홍콩으로 출장을 다녀온 베스(기네스 펠트로)가 열에 시달리다가 갑작스런 발작을 일으키며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손 써볼 새도 없이 베스는 병원에서 사망하고 남편인 토마스(맷 데이먼)는 집에 있던 아들마저 똑같은 증세로 즉사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염병의 시작임을 알게 된 당국은 토마스를 격리시키지만, 토마스는 이미 전염병에 면역이 생겨서 격리에서 해제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 일본 등에서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밀접 접촉자들이 연쇄적으로 감염되면서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책임자인 치버 박사가 감염병 전문가인 에린 박사(케이트 윈슬렛)를 현장으로 급파하고, WHO에서도 오란테스 박사(마리옹 꼬띠아르)를 홍콩으로 파견해 최초 발병원인을 조사하도록 합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베스가 방문했던 음식점이나 카지노 등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전염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베스가 슈퍼전파자라는 건 알게 됐지만 그 이전 행적이 드러나지 않아 감염원인은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 사이 감염자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 빈 체육관에 임시 병상을 마련하고 환자들을 수용하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전염병 전문가조차 현장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구요.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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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에린 박사도 감염자가 되지만 이미 도시가 봉쇄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호텔에 자가격리 됐다가 체육관으로 이송된 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봉쇄된 도시에서는 사재기를 넘어 약탈이 일어나고 시민들은 집에 격리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 와중에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주드 로)은 이 기회를 악용해 기밀 정보를 블로그에 폭로하면서 인기를 얻고, 전염병을 낫게 해주는 약이라며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개나리액을 홍보해 막대한 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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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바이러스 연구원인 엘리(제니퍼 엘)는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백신 승인을 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시약을 직접 자신에게 투약해 임상실험을 합니다. 홍콩으로 파견된 오란테스 박사는 백신과의 교환을 목적으로 납치 돼 한 외지 마을에 억류됩니다. 백신의 보급이 시작됐지만 수량이 부족해 시민들은 제비뽑기로 순서를 기다리는데, 일부 고위관료나 질병통제센터 일부 관계자들에게는 백신이 미리 지급됩니다. 

이 영화는 극적인 연출이나 속 시원한 해피엔딩은 없지만,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상황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재난 영화치고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을 영화지만, 마치 10년 후 오늘의 사태를 예언하듯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어 공감과 몰입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염병의 창궐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다루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는 한편, 누군가는 이 기회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직분과 책임을 잊은 채 고급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자신만 살겠다고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무조건 도시를 봉쇄하고, 정부나 기관에서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합니다. 시민들은 질서를 지키지 않고 약탈과 사재기에 나서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막대한 돈을 벌기도 합니다. 

감염자가 득실한 곳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거나 개인위생을 지키지 않아 감염이 더 확산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전염성이 높은 질병인데도 격리가 답답하다고 자꾸 외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한숨이 나는 장면입니다. 

맷 데이먼은 영화에서 딱히 역할이 돋보이진 않더라구요. 하나 남은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역이긴 하지만 누가 연기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역할도 미미하고 평범한 역이었어요. 기네스 펠트로는 초반에 일찍 사망하지만 역학조사를 통해 그녀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영화 중간중간 계속 얼굴을 내비칩니다.

주드 로는 비열하고 속물적인 프리랜서 기자역을 정말 찰떡같이 소화했고, 바이러스 전문가를 연기한 제니퍼 엘은 <오만과 편견> 드라마에서 엘리자베스 역을 맡았던 영국 배우인데 정말 오랜만에 영화에서 보니 반갑더라구요. 전염병과 싸우는 에린 박사 역의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를 잘해서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마리옹 꼬띠에르는 이야기를 하다 만 것 같은 설정이라 어리둥절 했고 가장 불필요한 역할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영화 속에서는 최초 감염 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지만, 영화 말미에 관객들을 위해 어떻게 이런 사태가 시작됐는지가 자세히 공개됩니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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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최초 원인이 박쥐로부터 시작됐다는 설정이 놀랍기만 합니다.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가 홍콩 어느 한 음식점에서 요리되고, 베스(기네스 펠트로)가 요리사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손도 씻지 않고 앞치마에 대강 문지른 후 나가 악수를 하면서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죠. 손씻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지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세계 2위의 확진자수를 내긴 했지만 적어도 영화 속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전염병에 대해 투명하고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을 지키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시민들의 높은 의식이 돋보이는 것같아 왠지 뿌듯합니다. 일부 특정종교의 행태나 사재기, 정치적 악용 등 부작용도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가 더욱 투명하고 깨끗해지고 위기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며,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나라로 한층 성숙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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