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카우보이 비밥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각본 노부모토 케이코 음악 칸노 요코 /1998년 선라이즈 제작 2071년, 태양계 각 혹성이 위상차 공간을 여는 '워프 게이트'로 연결되어 인류는 태양계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고, 이동시간의 단축으로 인류의 활동영역이 우주공간이라는 차원으로 확대됩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범죄 또한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자행되어 현상범들을 잡는 '바운티 헌터 제도'가 생겨나게 되지요. 현상범을 쫓는 사냥꾼 '카우보이'들은 '비밥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범죄자들의 뒤를 쫓게 됩니다. 이 비밥호에 탑승하여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료들은 그야말로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언뜻 보면 영 쿵짝이 맞지 않는 불협화음을 가진 동지들이지만, 사실 애니를 보다보면 이들처럼 잘 어울리는 사람들도 없겠다 싶은 조화로움이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스파이크 스피겔. 처음 초록색 더벅머리 주인공을 보고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남자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화성 출신이고, 이소룡처럼 중국 무술에 능합니다. 나이는 27세. O형. 185cm의 키. 얼굴만 떼어보면 잘 생긴 외모를 하고 있지만, 더벅머리가 영 마음에 안드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남자. 뭔가 비아냥 거리는 듯한 표정과 느긋하지만 모든 일에 시큰둥해보이는 성향이 스파이크를 더더욱 신비스런 인물로 보이게 만들고 있지요. 원래 레드 드래곤이라는 마피아 조직원이었는데 조직과의 마찰이 생겨 큰 중상을 입고 그곳을 나왔다고 합니다. 말 많은 동물, 여자 어린애를 싫어한다고 하던 스파이크지만, 불행하게도(?) 비밥호에는 실험견 웰시코기 아인과, 페이, 에드까지 스파이크가 싫어하는 세 가지 대상이 모두 타고 있습니다. 

비밥호의 주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제트 블랙은 원래 전직 형사 출신입니다. 동료의 배신으로 인해 왼쪽팔을 잃은 그는 사이보그형 의수를 차고 있고, 얼굴에 깊게 패인 흉터자국도 그의 험난한 인생살이를 대변해 주는 듯 합니다. 나이가 36세라고 해서 깜짝 놀랐지요. 40대 중후반의 남자처럼 보이거든요. 188의 장신에다가 근육질의 몸매에 작업복 같은 거친 의상을 입지만, 동료들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뛰어나가는 의리의 사나이기도 하지요. 의외로 분재 가꾸기가 취미일 정도로 섬세한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요리도 혼자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기도 합니다. 

페이 발렌타인은 복잡한 과거를 지닌 여성입니다. 도박꾼에다가 엄청난 빚을 지고 있어서 그런지 비밥호의 돈을 갖고 도망치 는 등 비열한 짓도 가끔 저지르는 뻔뻔한 여성입니다. 과거에 50여년간 냉동상태로 보존되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회생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페이 자신도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파이크와 제트의 허락도 없이 비밥호를 점령하고 있는 페이는 168cm 키에, 글래머 몸매를 하고 외모에도 무진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생각없이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아 동료들을 긴장시키고, 가끔 아인이라는 비밥호의 개에게 '일 안하는 자는 먹을 자격도 없어!' 라고 훈계하며 개밥을 빼앗아 먹는 치사한 짓도 마다하지 않죠.

에드워드 윙 하우페페르 치부르스키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에드'는 조금 머리가 이상해보이고 나사가 빠진 듯한 어린아이지만, 사실 해커로서 굉장한 실력을 가진 천재소녀인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비밥호에 동승하게 된 에드는 별로 특별하게 하는 일은 없어 보이지만, 비밥호의 무거운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우주라는 초미래적 배경설정과 그 복잡하고 현란한 과학의 세계 속에서 문득문득 드러나는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들, 가슴 깊은 사연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처음부터 끝까지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애니입니다.  스파이크, 제트, 페이발렌타인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