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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애니

[애니]바람부는대로 츠케카케 란

by R&X 2018.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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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WOWOW 2000.01.26. ~ 2000.04.19.방영종료 13부작 /감독 다이치 아키타로첫 시작부터 구성진 트롯트 음악이 깔리는 것이 영 심상치 않은 애니로 세상 살이에 초연한 듯 흐느적 거리는 듯한 발걸음으로 만사 귀찮아 보이는 무사 한 명이 등장합니다. 언뜻 보면 호리호리한 꽃미남처럼 보이지만, 이 사무라이는 알고 보면 남자보다 더 배짱 좋고, 술 좋아하고, 세상 만사 참견하기 귀찮아 하는 떠돌이 여무사 츠키카케 란입니다. 대로변 나무 그늘 밑에 아무렇게나 대자로 뻗어 잠을 자면서 '구름아 흘러가라, 세월아 흘러가라~' 특별히 정해놓은 곳도, 대단한 사명도 없이 발 가는 대로 떠돌아 다니는 츠키카케 란은 남 일에 참견하기 싫어하는 '마이 웨이' 파지만, 이상하게도 그녀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집니다.

아마도 메이지 유신 이후가 배경인 듯, 근대화의 물결이 시작된 일본은 종교, 정치, 경제 등 모든 것이 혼란기였습니다. 사이비 종교단들이 선량한 양민을 속여 재물을 뜯어내는가 하면, 마약을 만들어 뒷거래로 장사하는 자들, 술에 물을 타서 비싸게 팔아먹는 사기꾼들, 도적의 무리 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등장합니다. 돈과 권력과 재물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약자를 쥐어 뜯고, 일순 평화로워보이는 마을의 어귀를 들어서면 어디선가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츠키카케 란 앞에 펼쳐집니다.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 권법'(묘철권)을 쓰는 정의감에 불타는 덜렁이 권법사 '마오'와 동행하게 되면서 늘상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츠키카케 란입니다. 츠키카케 란이 부딪치는 사건들은 분명 대단히 심각하고 긴장감 넘치는 활극이 펼쳐지지만, '바람의 검심'이나 '사무라이 디퍼 쿄우'처럼 심각한 것이 아니라 마치 검객의 여흥인양 콧바람 나는 신나는 무술 장면이 펼쳐집니다. 설사 상처를 입고 피흘리는 장면이라도 그것은 괜시리 터져나오는 실웃음과 함께 넘겨버릴 정도로 유쾌하고 통쾌합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츠키카케 란이 귀찮은 덜렁이 마오와 함께 다니는 것은 실속파인 마오에게서 술값이나 방값을 얻어내기엔 그만이기 때문이죠.

그 대가라면 대가로 늘상 마오가 가져오는 쓸데없는 일들의 해결사로 나서는 꼴이 반복되지만,어쩌면 츠키카케 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무엇이 정의인지 알 수 없게 된 혼란의 시기에 검 한 자루에 명예를 걸고 약자를 위해 나서는 진정한 사무라이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마지막 무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짐짓 냉철하고 비정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츠키카케 란이지만 검에 있어서만큼은 한 치의 타협이 없습니다. 매 편마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면서 일본의 풍물과 시대상황을 훑어볼 수 있는 재미 또한 그만인 츠키카케 란은 콧소리 나는 트롯트에 발 맞춰 함께 흐느적 거리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편 한편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하며 보게 되는 유쾌한 시대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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