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애니 이야기/만화

[만화]나만의 천사 관용소녀-카와하라 유미코

by R&X 2018. 5. 13.
반응형

어쩐지 '펫숍 오브 호러즈'의 아류작인 것만 같은 설정이지만 인형이라는 아이템을 기본으로 각양각색 인간의 욕망과 헛된 희망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주인을 스스로 선택하는 '살아있는 인형'을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편편을 거듭할 때마다 쓸쓸함 내지는 씁쓸함을 남겨줍니다. 펫숍의 D 백작처럼 중국풍의 의상을 입은 가게 주인은 인형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줍니다. "먹이는 반드시 하루에 세 번 따뜻하게 데운 우유만을 줄 것, 그리고 일 주일에 한번씩 향이 나는 사탕과자를 줄 것! 그 이외의 것을 먹였을 경우 생기는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음!"

하지만 인간에겐 '하지 말라는 것'을 지킬만한 의지라는 건 애초부터 존재하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형의 주인들도 '금지된 사랑'을 인형에게 쏟아부음으로 인해 원치 않았던 파국을 맞이하는 거 보면 말입니다. 인형에게 우유와 사탕 이외의 먹이를 주었을 때 생기는 결과란... 펫숍이나 그렘린에서 보여지던 끔찍한 상황과는 좀 다릅니다. 

천사처럼 예쁘고, 언제까지나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간직한 인형은 과다한 사랑을 받음으로 인해 '성장'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미의 극치, 우유와 사탕, 그리고 한결같은 애정외엔 더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던 순수한 인형의 미소를 보며 행복감에 젖어 있던 사람들은, 인형이 금단의 음식을 먹은 이후부터 조금씩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아연실색 합니다.

여성으로 훌쩍 성숙해버린 인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 되고만 사람들은 이제까지 편하고 일방적인 애정을 쏟으며 이기적인 사랑에 자족하던 자신의 방식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 합니다. 여자로 성숙해버린 인형은 더이상 주인이 원할 때만 사랑을 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고, 사랑을 주기 싫을 때 외면하고 싶어도 그 순간을 참아주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형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주고 싶은 만큼의 자그마한 애정에도 천사와 같은 미소로 방긋 웃는 인형을 보며 행복한 기쁨에 떨었던 사람들은, 반대로 자기가 조금만 무언가를 베풀지 않았을 때 일그러질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인형'이라는 대상을 선택한 것일테니까요. '나만의 천사'인 인형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고,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싶지 않고, 나와 다른 의지를 가진 사람과 맞추는 일에 지쳐있고, 사랑을 잃고 살아온 사람들에겐 위로가 되는 존재일테지만, 인형은 인형일 뿐. 인형을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족함으로 인해 또 다른 허무를 안겨줄지도 모르는 불완전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네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