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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영드]더버빌가의 테스

by R&X 2018.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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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방영된 영국 BBC 드라마 ‘더버빌가의 테스’입니다. 테스는 1891년 토마스 하디가 발표한 소설입니다. 여성의 순결에 대한 낡은 가치관과 인습 때문에 한 여성이 희생되는 삶을 조명하며 당시 사회분위기로서는 논란이 될 만한 진보적인 사상이 깃든 작품입니다. 토마스 하디는 남자에게 유린당해 미혼모가 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테스에 대해 ‘순결한 여성’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기독교적 사상, 인습, 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편견에 의한 시선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여성순결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으니 18,19세기에는 오죽 했으랴 싶습니다. 불행한 여성 테스는 ‘페르시아의 왕자’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 등에 나왔던 젬마 아터튼이 맡아 열연했고,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주인공 엔젤 역은 에디 레드메인이 맡았습니다. 

테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불완전하다 못해 답답한 인간상들을 보여줍니다. 더버빌이라는 이미 오래전 뒤안길로 사라진 가문에 얽매여 허영만 추구하고 불평불만에 찌든 주정뱅이 아버지와, 가난한 살림 때문에 딸의 희생을 모른 척 하는 나약한 어머니, 기독교적인 교리를 앞세우며 미혼모의 아이라는 이유로 죽은 아이의 장례조차 거부하는 교회와 가식적인 성직자들, 테스의 삶을 철저하게 짓밟고 자신의 욕망 채우기에 급급한 알렉, 테스를 겉모습만 보고 사랑했으나, 성경에서 말하는 현숙한 아내가 아님을 알고 현실을 감당못해 도망친 남편 엔젤… 무엇보다 테스 자신이 가장 비참합니다. 모든 불행을 다 싸짊어진 것처럼 죽어라 고생만 하고,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족들을 핑계삼아 알렉에게 돌아간 테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이었습니다. 소설로 봐도 드라마로 봐도 속이 터지는 내용들입니다. 

엔젤은 스스로 진보적이라 믿었지만 막상 자기 아내가 기독교 교리와는 다른 순결을 잃은 여성이라는 걸 알고 혼란을 겪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인습과 관습에 젖어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것보다 남들의 시선과 가치관을 지키는 데 더 급급하고 말았죠. 테스와 결혼했던 그 당시에는 자신의 환상이 깨진 당혹감과 실망감, 믿었던 상대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테스를 거부하며 회피하기에 이릅니다. 브라질에서 열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지금의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죠. 더 이상 테스의 과거도, 현재의 허물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는 그 마음만 지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테스는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현실에 절망해 자포하기 한 심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친 알렉에게 돌아갔지만, 결국 그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운명과 맞서게 됩니다. 삶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자신을 고통에 몰아넣는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엔젤이 다시 돌아왔을 때 테스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지만 그 끝은 살인자로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짧은 순간이나마 엔젤과 꿈같은 나날을 보내며 진짜 행복을 손에 넣었죠. 적어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스스로 과거의 불행의 사슬을 끊고 가장 편안한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익숙해진 가치관과 관습을 깨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잣대로 상대방을 재단하고, 내 가치관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대의 우리 모습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엔젤처럼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정말 소중한 것, 꼭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자기 안의 쇠사슬을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현재의 행복이 낡은 인습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면 과감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진짜 소중한 걸 잃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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