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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영드]BBC 드라마 -셜록홈즈 이야기(베네딕트 컴버배치 버전)

by R&X 201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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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3 - [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 [영화]셜록 : 유령신부(2016)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는 어린 시절 영웅이었습니다.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로 경찰도 해결못하는 미스터리 난제를 척척 해결하는 명탐정과 그를 돕는 왓슨 박사의 활약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멋진 모험의 세계였죠. 한 권에 800원 하던 홈즈의 단편집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문고판 책에 그려진 홈즈는 수려한 외모와 날카로운 콧날, 강건한 이미지를 연상시켰고, 실제 인물과 비교하자면 슈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나, 사운드 오브 뮤직 대령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닮아 있었어요. 

홈즈는 영화와 TV로 수없이 제작됐지만, 그 중에서 제일 인상깊게 각인돼 있는 이미지는 1984년~1995년까지 영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에서 제레미 브렛이 열연한 홈즈의 모습이었어요. 10여 년 간 셜록 홈즈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마치 실제 홈즈가 빙의된 것처럼 열연한 제레미 브렛은 1995년 별세했고, 시리즈는 중단되었습니다. 2009년, 아이언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홈즈를, 주드로가 왓슨을 맡은 셜록홈즈 영화가 개봉했을 때 홈즈 이야기라기 보다는 별도의 범죄오락액션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죠. 

그리고, 2010년 영국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다소 생소한 배우를 앞세운 셜록홈즈 시리즈가 대중 앞에 선보였습니다. 내용을 보기 전, 스틸 컷으로만 본 홈즈의 이미지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어요. 곱슬거리는 머리와 신경질적으로 마른 외모, 외계인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컴버배치의 사진은 왠지 닥터후에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셜록홈즈 시리즈는 2017년 4시즌까지 제작되며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더불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인기와 몸값이 껑충 뛰어올라 수많은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BBC의 셜록홈즈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사진과는 달리 화면 속에서는 매력적인 홈즈의 연기를 선보여 호감가는 배우로 등극했고요. 아서 코넌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캐릭터 성격과 굵은 뼈대는 그대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현대 감각에 맞는 설정과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죠.홈즈 소설의 내용을 줄줄 꿰고 있는 독자라 하더라도, 단편과 장편의 여러 에피소드를 매 화마다 적절히 버무려 새롭게 구성했기 때문에 결말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습니다. 

시즌1 첫 화 '분홍색 연구'는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에서 따온 것으로, 홈즈와 왓슨의 첫 만남, 자살로 보이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들, 그리고 배후 모리아티 교수에 대한 의혹까지 속도감 있게 풀어놓습니다. 드라마에서 왓슨(마틴 프리먼)은 아프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총을 맞아 퇴역한 군인으로 나옵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 옛친구의 소개로 홈즈라는 인물을 만나 스릴있고 위험한 범죄 상황에 맞부딪치게 되면서 다시금 살아갈 의욕을 되찾게 되죠. 전쟁 후유증으로 늘 지팡이를 짚고 다녔던 왓슨은 홈즈와 만나 사건 현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지팡이를 내던지고, 손에 권총을 쥐고 홈즈와 함께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에서의 왓슨이 홈즈의 활약상을 책으로 남겼다면, 드라마에서는 블로그라는 도구를 통해 홈즈의 사건일지를 기록합니다. 왓슨은 생계에 대한 절박함을 해소하기 위해 평소에는 병원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가끔 홈즈에게 들어온 의뢰비를 챙기며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현대판 홈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의 최신 기기를 사용해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고, CSI에 버금가는 다양한 실험과 증거를 통해 범행의 실마리를 잡아나갑니다. 빠른 두뇌 회전과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 정확하고 신속한 상황판단력은 원작의 홈즈 못지 않지만, 드라마에서의 젊은 홈즈는 보다 오만하고 인내심이 적으며 인간관계에 있어 미숙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없을 때,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벽에 총질을 해대는 홈즈의 괴벽은 소설과 같으나 코카인 중독에 대한 부분은 드라마에서는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홈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돋보기는 손잡이가 달린 둥근 렌즈가 아니라 LED 휴대용 돋보기로 사건 현장마다 들고 다니며, 니코틴 패치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금연 중인 홈즈는 파이프는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시즌 2에서는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피하기 위해 홈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냥용 헌트캡을 쓰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홈즈의 형인 마이크로프트는 드라마에서도 정부 고위 관직에 있으며, 형제끼리는 소설에서보다 더 사이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원작에서의 모리아티 교수는 원래 나이가 많은 교활한 독사같은 분위기의 노인이지만, 드라마에서는 홈즈 또래의 머리 좋고 냉혹한 젊은이로 나와 홈즈와의 대결 구도를 더욱 강력하게 그려넣었습니다. 모든 끔찍한 범죄의 이면에는 범죄 컨설턴트인 모리아티의 검은 그림자가 어려있고, 홈즈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점점 모리아티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홈즈와 모리아티는 사실 동전의 양면처럼 닮아 있습니다.  지루하고 평범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극적이고 스릴 넘치는 삶에 중독된 것은 두 사람 다 비슷합니다. 

단지 모리아티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기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범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홈즈는 다행히도 어려운 난제에 부딪힌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를 막는 쪽에 서 있죠.  하지만 홈즈도 사건 해결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현실감과 인간성을 상실해 인질이 고통받는 것을 간과하거나, 심지어 자기 목숨을 걸고 승부를 걸기도 합니다. 그런 홈즈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왓슨이겠죠. 홈즈의 기이한 괴벽을 참아주고, 그의 오만함과 온갖 구박을 들어주고,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우직한 왓슨 앞에서 홈즈는 잠시잠깐이나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 원작에서도 왓슨이 다치면 홈즈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고 눈물이 고일 정도로 친구인 왓슨을 아낍니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개성있는 캐릭터, 치열한 두뇌싸움, 현대 기기와 추리의 결합 등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홈즈 드라마는 꼭 한 번 보시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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