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미드]문라이트 (시즌 1)

by R&X 2018. 6. 8.
반응형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연 : 알렉스 오로린(믹 세인트 존 役), 소피아 마일즈(베스 터너 役) 뱀파이어와 실제로 인터뷰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게 될까. 그 호기심을 채워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뱀파이어 드라마, <문라이트>입니다. 핏기 없는 하얀 얼굴,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진갈색의 부드러운 곱슬머리, 앞 단추를 살짝 풀어 젖힌 셔츠 위에 재킷을 입고 나온 말쑥한 30대 남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믹 세인트 존. 겉모습은 30대 이지만, 실제로는 85세가 된 뱀파이어입니다. 

뱀파이어는 으레 사람의 목을 물어뜯어 피를 마실 거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그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미소를 띄운 채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자신에겐 경계가 분명해서 어린아이와 여자를 해치지 않고, 무고한 사람은 사냥하지 않지만, 처벌해야 할 대상은 분명히 있다고 밝힙니다. 관에서 잠을 자느냐는 질문에도 그건 구식이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렇다고 인간처럼 침대에서 잠을 자는 건 아닙니다. 냉장고에서 잔다는 말이 더 우습게 들리긴 하지만, 언데드이기 때문에 차갑게 몸을 유지해야 하는 것 같네요. 태양 아래서 활동하는 건 가능하지만, 오래 머물면 치명적이 됩니다. 보통 뱀파이어는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을 뿐이지 음식을 아예 못먹는 건 아닙니다.  마늘을 먹어도 괜찮은 것 같고, 십자가도 이상 없다고 하네요. 이 이상한 인터뷰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주인공인 믹이 상상하는 장면입니다. 믹은 뱀파이어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하면서, 뱀파이어의 특성을 활용해 인간들을 돕기 위해 사립탐정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믹은 평범한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결혼식 첫날밤, 뱀파이어였던 그의 아내 코렐린이 영원한 사랑을 선물로 준다며 그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버렸지요. 보통 사람이 뱀파이어가 되는 방법은, 죽기 직전의 인간에게 뱀파이어가 자신의 피를 흡혈하게 하면 된답니다.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모두 빨아서 죽기 직전 상태가 되었을 때 자신의 피를 넣어주는 방법도 있고, 다른 이유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죽어갈 때 뱀파이어의 피를 마시면 됩니다.(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와 일맥상통하네요) 그런데 뱀파이어 피를 마신다고 해서 100% 모두 다 뱀파이어로 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믹의 친구인 조셉은 400년이 넘은 뱀파이어인데, 그가 예전에 사랑하던 인간 여자를 뱀파이어로 만들려고 하다 실패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죠.
 
믹은 뱀파이어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30세 즈음에 뱀파이어가 된 후로 믹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버려 늙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말뚝으로 심장을 뚫려도 잠시 마비가 될 뿐 뱀파이어를 죽일 수는 없네요.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뜨거운 불로 흔적 없이 태워버리거나, 머리를 자르는 방법 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를 치료해서 다시 살아납니다. 고독하게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믹이지만, 그에겐 오래 전부터 멀리서 지켜봐 온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베스 터너입니다. 베스는 23년 전, 그의 아내 코렐린이 납치해온 4살짜리 인간 여자아이였습니다.  코렐린은 어린 베스를 납치해 억지로 가정을 꾸려 믹을 곁에 붙들어 두려고 했습니다. 그냥 두면 코렐린이 베스도 뱀파이어로 만들어 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에 믹은 아내와 크게 싸우게 되고, 결국 어린 베스를 탈출시키면서 코렐린을 불에 태워 죽이고 말았죠.
 

그 후 믹은 언젠가 베스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베스 주위에서 멀찍이 떨어져 그녀를 지켜왔던 것입니다. 성인이 된 베스는 한 인터넷 방송국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을 위해 어느 살해된 대학생의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 베스는 그곳에서 살해당한 여자의 목에 두 개의 날카로운 송곳니 자국이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믹 또한 사건 현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베스는 믹을 보고 친근함을 느꼈지만 그가 누구인지 기억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사건 취재를 위해 가는 곳마다 믹과 부딪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운명을 느끼는 베스입니다. 뱀파이어 살인 사건을 파헤치려고 대학생으로 가장해 한 스터디 클럽으로 숨어 들어간 베스는 진짜 살인범과 마주하게 되고, 베스를 뒤쫓아온 믹에 의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구출됩니다. 정신을 잃은 베스는 믹의 사무실에서 어린 시절의 꿈을 꾸게 됩니다. 눈을 뜬 베스가 어릴 때의 믹의 정체를 기억해 내자, 믹은 머리를 크게 다친 것 같다며 얼버무립니다.  


뱀파이어가 된 후로 지난 60여 년 간 사람과 거리를 두어 왔던 믹이지만, 베스에게만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도 베스는 믹에 대한 아련한 감정을 느끼며 그의 품에 안깁니다. 믹 또한 조심스럽게 베스를 안아주며 1편이 끝납니다. 인간과 뱀파이어. 운명처럼 엮인 두 사람의 관계가 갖가지 사건과 함께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드라마로, 1편을 보고 나면 마지막 16편까지 계속 보게 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뱀파이어 역을 맡은 호주 출신 남자배우 알렉스 오로린과 베스 터너 역의 소피아 마일즈의 연기호흡이 무척 잘 맞는데다가 뱀파이어를 괴기스러운 괴물처럼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불사의 존재가 된 그들의 심리나 삶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알렉스 오로린이라는 주인공 남자배우의 매력적인 연기 또한 볼만합니다. 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터프함보다는 눈빛에서부터 작은 손동작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섬세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극 중에서 베스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쉽사리 마음 문을 열지 못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 중간중간 저음의 독특한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하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은지 몰라요. 소피아 마일즈는 영화 ‘트리스탄 & 이졸데’에서 여주인공 이졸데를 맡았던 배우입니다. 사실 그 영화는 봤는데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이 여배우가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오히려 영국 드라마 ‘닥터후’ 시즌2 - 4편인가 5편에서 르네 프와송 역을 맡았을 때였습니다. 실제 닥터후에 나온 데이빗 테넌트와 연인관계였다고 하는데, 그 극에서도 주인공 닥터를 평생 남몰래 사랑하는 여인으로 나왔습니다. 케이트 윈슬렛과 비슷한 분위기로, 파란 눈동자에 풍성한 금발,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배우입니다. 닥터후에서는 굉장히 액센트가 강한 영국식 발음을 구사하더니, 문라이트에서는 지적인 목소리로 부드럽게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문라이트는 CBS에서 시즌 1로 종영된 드라마여서 무척 아쉬움을 남깁니다. 16편까지 이어지는 동안 베스와 믹이 서로 끌리며 뱀파이어와 인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안타까우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져서 특히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방송국을 옮겨 시즌2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사실상 중단된 드라마 입니다. 뱀파이어는 사람의 피를 양분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을 유혹해야 하는 운명이라 그런지 본능적으로 끌리는 매력을 지닌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오래 전부터 뱀파이어 관련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그 인기가 식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뱀파이어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네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