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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애니

[애니]썸머워즈(2009)

by R&X 201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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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봉한 <썸머워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괴물의 아이>, <늑대아이>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OZ는 최첨단 보안기술로 만들어진 사이버 가상세계로 핸드폰, 컴퓨터, 게임기 등을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으며, 개인 아바타를 통해 쇼핑, 영화, 음악 등의 문화적 체험 뿐 아니라 교통, 의료, 공공 서비스, 각국의 군사 행정까지 조절할 수 있는 지구상의 가장 안전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코이소 겐지는 OZ의 보안관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천재 수학 소년인데, 선배 나츠키의 부탁으로 시골여행에 따라가게 됩니다. 겐지는 선배가 의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92세 생일을 앞둔 할머니를 위해 '가짜 남자친구'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에 당황하게 됩니다. 게다가 도쿄 명문대를 나오고 미국 유학을 한 엘리트라는 설정에 아연실색하지만 선배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장단을 맞추게 됩니다.

나츠키의 '진노우치' 가문은 오래된 무사 집안으로 다케다군을 모시던 가신 집안이었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증조 할아버지가 가산을 탕진해 수많은 재산을 날리긴 했지만 여전히 정재계에서 영향력이 있을 정도로 유서깊은 가문입니다. 할머니의 생신을 준비하기 위해 온 집안 친척들이 속속 한 자리에 모여들고 집안은 왁자지껄 정신이 없습니다. 나츠키의 가짜 남친 역할을 하는 겐지는 좌불안석이긴 하지만 대가족의 떠들썩함에 어느 새 적응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핸드폰을 통해 날아든 한 통의 메시지를 연 겐지는 이상한 숫자들의 나열에 자기도 모르게 학구열이 불타올라 문제를 풀어나가고 답을 알아내자마자 회신을 보냅니다. 

다음 날,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사건보도가 나오는데, OZ가 해킹을 당해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바로 겐지라는 걸 알고 난리가 납니다. 겐지도 자신이 어제 푼 이상한 메시지가 시스템을 여는 암호였다는 걸 알고 당황해 합니다. 경찰인 나츠키 육촌에게 체포당한 겐지는 가기 전에 할머니에게 공손히 절을 하며 '늘 혼자였던 자신이 대가족 속에서 가족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경찰서로 가던 도중 길이 막히고 여기저기서 시스템 오류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OZ에서 시스템 해킹으로 교통, 소방, 응급 등 안전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겐지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와 상황 파악을 하던 중, 겐지가 어제 보낸 암호는 끝자리 하나가 틀려서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원흉이 진노우치 가문의 이단아인 삼촌 와비스케가 개발한 AI 때문이란 걸 알게 됩니다. 와비스케는 몰락해가는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미국에 해킹 AI를 팔아 돈을 벌 예정이라며 떠들어 대지만 할머니의 진노를 사게 되고 집을 뛰쳐 나갑니다. 진노우치 가문 사람들은 가족이 벌인 실수는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리저리 뜁니다. 하지만 OZ 시스템에 의존하던 의료체계도 먹통이 되자 심장병이 있었던 할머니의 위급상황을 알지 못해 결국 할머니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할머니의 유서가 발견되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에 충실하며 가족을 지키라'는 유언을 듣게 됩니다. 이에 진노우치 가족들과 겐지는 OZ에서 난동을 부리는 AI를 퇴치하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

OZ의 정신없는 가상세계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오랜 전통에 젖어든 진노우치 가의 풍경이 교차되면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시스템에 의존해 인간관계가 삭막해 진 세상이라도 가족간의 믿음과 끈끈한 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훈훈하게 전달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는 듯한 가상 세계의 화려함과, 군대에 맞먹는 AI에 의존하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인간의 핵심가치, 즉 가족의 소중함은 변치 않는다는 교훈까지 잘 버무려진 휴머니즘에 기반한 잘 만들어진 SF 애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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