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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by R&X 201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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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2018년 2월 개봉한 일본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와 미스테리 소설로 유명한데, 그의 작품은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에 출간된 이후 스테디 셀러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추리와 감성이 어우러진 따뜻한 이야기와 촘촘한 구성으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어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는 책입니다. <스트롭엣지> <p와 jk> 등을 만든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일본의 국민배우 '니시다 토시유키'가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습니다. 일본의 유명 연기돌 야마다 료스케가 잡화점에 우연히 들른 도둑 '아츠야' 역을 맡아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영화는 젊은 3인조 도둑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빈집이 된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남들의 눈을 피해 잡화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달아날 생각으로 잡화점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차에 갑자기 셔터 안으로 편지 한 통이 떨어집니다. 깜짝 놀라 밖에 나가봤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습니다. 꺼림직한 마음에 달아나지만 돌고 돌아 다시 잡화점 앞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상함을 느끼며 잡화점 안으로 들어간 3인조 도둑은 편지를 뜯어보는데 '생선가게 뮤지션'이라는 익명의 남자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존 레논이 죽었다'며 시작하는 내용을 보고 무려 32년 전 쓰여진 편지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합니다. 처음엔 믿지 않고 누가 장난하는 줄 알았지만, 인기척도 없는데 편지는 계속 전달됩니다. 

3인조 도둑은 가게 안에 남아있던 기록을 보고 나미야 잡화점이 32년 전에는 익명의 편지를 받아 답장을 써서 우유배달통에 넣는 방식으로 상담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장난으로 편지에 답장을 쓰기 시작한 3인조는 자신들의 편지가 과거의 사람들에게 전달이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편지를 쓴 사람들이 서로 인연이 있으며, 3인조가 자랐던 고아원 '마루코엔'과도 깊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생선가게 뮤지션과 마루코엔 출신의 가수 세리의 인연, 세리의 고아원 친구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연, 그리고 역시 마루코엔 출신으로 술집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이 미래를 고민하는 사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편지를 통해 전해지면서 도대체 이들이 무슨 관계가 있고, 마루코엔 고아원 출신인 3인조들이 잡화점에 들어오게 된 이유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이 결말이 궁금해서 점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는데, 영화는 그냥 장면만 바쁘게 바뀔 뿐 과거의 단상들이 단편단편 끊어지듯 보여집니다. 

과거 나미야 잡화점이 문을 닫기 직전, 나미야 할아버지는 이상한 꿈을 꿉니다. 먼 미래의 사람들이 상담 편지를 받고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는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잡화점 셔터 안으로 넣는 것을 보는 꿈입니다. 말기암으로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나와 잡화점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날 밤 셔터 안으로 수많은 편지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모두 미래에서 보낸 감사편지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들어온 편지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백지 편지를 보고 자신의 마지막 답장을 써서 우유배달통에 넣어둡니다. 사실 이 백지는 정말 잡화점 안의 편지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인지 시험하기 위해 3인조 중 한 명인 아츠야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답장은 미래의 아츠야에게 전달됩니다. "백지를 보낸 것은 아직 당신의 갈 길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니 언제든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아츠야와 쇼타, 고헤이는 잡화점에 오기 직전 몰래 어느 여성의 집에 숨어들어가 그녀를 포박하고 지갑을 훔쳐 달아났었습니다. 하지만 잡화점의 편지로 인해 깨달음을 얻은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바로 잡기 위해 다시 범행현장으로 돌아갑니다. 그 여성 또한 나미야 잡화점과 마루코엔 고아원, 그리고 이 아츠야와 친구들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3인조의 인생도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130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니 생략된 부분도 많고 설명이 부족해 원작을 읽지 않고 간 관객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복잡한 이야기를 숨가쁘게 이어가는 영화의 구성은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경이로움이나 뜨거운 감동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중간에 뺐으면 좋았을 어설픈 연출도 보여서 진지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하는 등 아쉬움이 있지만, 원작이 워낙 탄탄한 스토리와 뚜렷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아지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게다가 억지로 교훈을 심어주려는 일본 영화 특유의 신파를 최대한 절제하고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하는 센스를 발휘한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책을 먼저 본 사람들은 실망했다는 평이 많지만, 영화만 본 사람들은 영화가 전해주는 잔잔한 감동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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