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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아인(亞人, Ajin: Demi-Human, 2017)

by R&X 2018.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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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亞人)'은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했지만 원래는 미우라 츠이나의 만화가 원작입니다. 그리고 2017년 사토 타케루 주연으로 동명의 실사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사토 타케루는 '바쿠만'과 '바람의 검심' 영화 시리즈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아인(亞人)'이란, 인류 가운데 결코 죽지 않는 미지의 새로운 종을 일컫는 말입니다. 전세계적으로 40여 명이 발견됐고 일본에서도 2명의 아인이 확인된 상황에서 세 번째 아인의 존재가 사회를 들썩이게 합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인이라는 게 밝혀진 나가이 케이는 정부의 보호라는 미명아래 비밀 시설로 끌려가 인체실험을 당하게 됩니다. 래 애니에서는 주인공 나가이가 고등학생이었는데 사토 타케루가 연기한 나가이 케이는 의대생으로 나옵니다

아인은 죽지는 않지만 상처를 입으면 고통은 고스란히 느낍니다. 죽여도 바로 다시 살아나면서 상처도 리셋되기 때문에 신체 일부를 절단 하거나 가스나 약물로 죽거나 다양한 실험으로 수없이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잔혹한 인체실험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던 중 헌팅캡을 쓴 사토(아야노 고)라는 남자와 일본의 두 번째 아인으로 알려졌던 타나카(시로타 유)가 무장을 한 채 나가이를 구하기 위해 비밀 시설에 잠입합니다. 아인들은 무장한 경비들에 의해 상처를 입어도 바로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날려버린 후 다시 처음으로 리셋되어 살아나면서 공격을 계속해 나갑니다. 15세 관람가 영화인데도 공격 장면들이 상당히 잔인하게 묘사됩니다. 

아인의 몸 속에서는 '검은 유령'이라 불리는 의문의 괴물이 연기와 같은 형태로 나옵니다. 미이라처럼 검은 붕대로 칭칭 감겨진 듯한 섬뜩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검은 유령으로 인해 아인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인간 본체와 검은 유령이 한 팀이 되어 싸우는데 일반인에게는 이 검은 유령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시에 공격을 당하면 속수무책입니다. 아인인 나가이를 구하러 온 사토는 마치 살육을 즐기는 것처럼 정부 시설의 경비와 실험실의 연구원들을 가차없이 몰살합니다. 

원작의 나가이는 이기적이고 냉정하며 철저히 계산적인 성격의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의대생 인턴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좀더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자기를 구하러 온 사토가 위험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 나가이는 사토에게 반기를 들며 혼자서 가까스로 실험실에서 탈출합니다. 사토는 인터뷰를 통해 아인이 정부에 의해 인체실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아인들이 인간적으로 살 수 있도록 특별자치구를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굉장히 인도적이고 아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나선 것 같지만 그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입니다. 

애니 원작의 사토는 나이가 좀 든 속을 알 수 없는 전략가이자 군인용병처럼 나옵니다. 아야노 고가 연기한 사토는 좀더 젊고 과격한 테러리스트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죽지 않는 아인을 잡기 위해 수면마취총을 발사하지만 그 때마다 과감히 죽어서 리셋을 반복하는 모습을 아주 역동적이고 실감나게 잘 연기했습니다. 불사의 몸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검은 유령의 놀라운 전투력 덕분에 SAT 특공대가 출동을 해도 사토 한 명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원격으로 검은 유령을 조종할 수 있는 타나카가 합세해 정부는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나가이를 팀에 합류시켜 정부와 인류를 전복시키고 아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토는 점점 본색을 드러내며 정부를 압박해 갑니다. 

그저 평범한 생활을 원하는 나가이는 신분을 숨기고 시골 벽지로 숨어 들어가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사토 일당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나가이는 자신에게서도 검은 유령이 나온다는 걸 알고 유령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훈련을 거듭합니다. 자신을 인체 실험했던 실험실 수장인 토사키(타마야마 테츠지)에게 찾아가 사토를 잡는데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대신 이 일을 이루고 나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내세웁니다. 방송을 통해 아인들을 모아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려는 사토 일행과 한 판 대결을 펼치게 될 나가이의 활약이 후반부에 집중됩니다. 평범한 의대생이던 나가이가 갑자기 엄청난 특공요원처럼 액션을 펼치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지만, CG로 재현한 검은 유령과의 찰떡 호흡은 애니에서 느꼈던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제법 그럴싸하게 연출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10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압축된 이야기를 담으려니 원작보다 인물들도 많이 축소되고 스토리도 급박하게 전개되지만, 실사화가 어색하지 않은 검은 유령의 움직임이나 사토의 공격 장면이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나가이의 심리 변화 등을 충분히 표현할 시간은 없었는지 주인공 성격 자체가 원작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로만 접한 분들에게는 큰 위화감은 없을 듯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아인의 인격을 유린하고 실험체로 다룬 무자비한 정부에 대항하는 사토가 오히려 영웅같아 보이고, 이를 막아서는 나가이가 잘 공감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작을 보면 사토는 엑스맨 초기의 매그니토 같은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인류를 전복시키려는 위험인물이기 때문에 나가이의 대응이 충분히 이해될 것입니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아인이라는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애니와 비교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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