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요묘전-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 (2017)

by R&X 2018. 9. 18.
반응형

<요묘전 :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은 영화 예고편을 보고 흥미가 생겨 보게 된 작품입니다. 감독은 <패왕별희>로 유명한 천카이커 감독이며, 일본 유명작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판타지 소설 <사문공해, 당나라에서 귀신과 연회하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려한 당나라 시대를 묘사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악령 고양이의 등장,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그린 시 <장한가>를 쓴 문장가 백거이와 일본 불교 진언종의 창시자인 쿠카이 법사 등 실존인물들과 역사적 사실을 팩션으로 잘 버무려 만든 영화입니다. 백거이 역은 <미월전><그레이트월> 등에 나왔던 황헌이 맡았고, 쿠카이 법사 역은  <기생수><괴물의 아이>에서 큐타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소메타니 쇼타가 열연합니다. 마술사의 제자로 나오는 백룡은 <랑야방2:풍기장림>에 나온 류호연이 맡았고, 일본 유명 배우 아베 히로시도 출연합니다. 

당나라 황제가 희귀한 병에 걸려 위독한 상황에서 일본의 유명한 주술 법사인 쿠카이가 황궁으로 초대되어 오게 됩니다. 황궁의 역사를 기록하는 백 좌사가 좌정한 가운데, 쿠카이가 황제를 살펴 보던 중 검은 고양이의 기척을 느끼게 되고 황제는 주술에 걸린 듯 괴로워하다 죽게 됩니다. 황제가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기록하라는 말을 들은 백 좌사는 이를 거부하다 해고당하게 됩니다. 사실 그의 진짜 신분은 시인 백거이로 남몰래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쿠카이 법사는 황제의 죽음이 고양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백거이와 함께 단서를 쫓게 됩니다.


황제를 지키는 금오위 대장인 진운초와 그의 아내 춘금 앞에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게 되고,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됩니다. 처음에는 원한에 사무친 고양이의 악령이 복수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황궁과 관련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죽음을 당하게 되고 이 사건이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양귀비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고양이와 양귀비는 무슨 관계인지, 고양이는 무슨 이유로 황제와 그 주변 인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는 것인지 사건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백거이와 쿠카이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과 전문가들의 평점은 아주 야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거의 평점이 4~5점 대로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재미없고 지루하며 6년 간 2천억이나 쏟아부어 만든 것에 비해 CG가 너무 과하기만 하고 산만하기 그지없다... ' 라는 평이 많더라구요. 하지만 이보다 더 조잡하고 성의없는 CG를 처바른 중국 판타지 드라마를 많이 본 저로서는 스토리의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동양적인 정서나 당나라 시대의 웅장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던 당시 시대상을 화려한 CG로 아름답게 표현한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쩌면 무서운 악령처럼 보이지만 외롭고 슬픔으로 가득한 고양이의 눈망울에 끌려 끝까지 이 영화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고양이가 등장할 때 문지방 너머로 민첩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고양이의 그림자는 한 폭의 그림처럼 처연하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당현종이 양귀비를 위해 열었다던 연회인 '극락지연'을 표현하는 마술적인 효과는 너무나 화려하고 극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마술로 꽃을 만들고 그 꽃이 한 폭의 천이 되어 빙글빙글 돌다가 연못에 술이 가득차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처럼 환상적인 영상미를 뿜어냅니다. 유치하다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동양적인 판타지를 가장 중국스럽게 표현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고양이가 보여주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교차되며 아름다운 과거와 비극적인 현재의 모습이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소메타니 쇼타의 연기도 중국 배우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독특한 스님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며 중심을 잘 잡았습니다. 백거이 역을 맡은 황헌의 연기는 살짝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집념이 강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잘 어울립니다. 아베 히로시는 과거 당현종과 양귀비가 얽힌 극락지연 연회와 안녹산의 난으로 인해 비극을 맞게 된 양귀비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본 목격자 아베노 일본 특사의 역할로 나옵니다. 어느 영화에서든 강렬한 인상을 남기던 아베 히로시였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조연 이상의 특별함은 남기지 못한 것 같네요. 

실제 백거이의 <장한가>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만남, 양귀비를 향한 현종의 사랑, 안녹산의 난으로 몽진하는 길에 양귀비를 죽게 한 슬픔과 한, 그리고 환도 후 양귀비에 대한 황제의 그리움을 노래한 시입니다. 안녹산의 난으로 죽음을 맞은 양귀비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잘 버무려서 고양이를 매개로 세상의 진실과 거짓, 환술과 실제, 사랑과 배신이라는 주제를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한 과정을 통해 신비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