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영화]신과함께 - 인과연

by R&X 2018. 10. 14.
반응형

2017년 개봉한 <신과 함께 : 죄와 벌>이 1,400만이 넘는 관객수로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그 후속편인 <신과 함께 : 인과연>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설정만 빌려왔을 뿐 스토리는 원작과는 다르게 구성됐습니다. 죽어서 저승에 간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을 거치며 재판을 받아야 하며, 저승차사들이 망자를 안내하며 변호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강림(하정우)과 해원맥(주지훈), 이덕춘(김향기) 삼차사는 천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그들도 환생할 수 있었는데, 1편의 망자인 김자홍(차태현)이 48번째 망자이자 19년 만에 나타난 귀인이라 적극적으로 그를 변호하게 됩니다. 소방관으로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죽은 의로운 자홍이었지만 재판을 거듭하면서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게 되고, 이승에서 군복무 중이던 동생이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죽음을 당하면서 원귀가 되는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홍을 무사히 환생시킨 삼차사는 49번째 망자이자 귀인인 자홍의 동생 수홍이 원귀의 오명을 씻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염라대왕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에서 1편이 막을 내렸습니다. 

<신과 함께 : 인과연>은 마치 어제 본 드라마의 다음 편처럼 1편의 끝장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편에서는 화려한 CG로 치장된 지옥의 모습이나 삼차사들의 속도감 있는 액션 장면, 귀인 김자홍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과 재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면, <인과 연>에서는 1편에서 원귀였던 자홍의 동생 김수홍(김동욱)이 이승과 저승을 어지럽힌 죄를 극복하고 무사히 환생할 수 있을 것인지, 드디어 49명 째 망자를 맞이하게 된 삼차사들은 망자의 환생을 도와 천년의 억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새롭게 등장한 성주신(마동석)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등등이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미있기는 재미있는데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조금 평범하달까, 줄거리의 흐름이 너무 쉽게 예측되어 김 새는 느낌이 든달까, 암튼 뭔가 2% 부족한 듯한 갈증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1편을 보는 동안 이미 익숙해진 지옥의 모습은 더이상 신비롭지 않았고, 염라대왕의 위엄과 권위도 갑자기 사라진 듯 했고, 저승차사들에게는 무서운 신일지 몰라도 인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성주신은 그저 해원맥과 덕춘의 잃어버린 천 년 전 과거의 기억을 전해주는 스토리텔러의 역할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강림과 해원맥, 덕춘의 과거 이야기가 강림이 수홍을 데리고 다니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성주신이 해원맥과 덕춘에게 들려주는 두 가지 이야기 속에서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정신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줄거리의 맥이 끊기고 집중력이 떨어져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1편에서 수홍이 산 채로 땅에 묻히는 순간 가냘프게 움직이던 손가락을 보고 놀라던 강림의 표정과, 차사직과 자신의 환생까지 모든 걸 걸고 김수홍의 재판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강림의 무리수가 무엇 때문인지 그 의문이 풀려나가면서 이 영화 제목이 왜 <인과 연>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은 나름 속이 시원해지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1편에서는 해원맥 역을 맡은 주지훈의 대사가 잘 안들려서 답답했었는데, 2편에서는 그 때의 오명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듯 주지훈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멋진 장면과 웃긴 장면을 모두 주지훈이 독식하면서 강림의 부하 정도로만 인식됐던 해원맥의 위상을 한껏 높이게 됩니다. 오히려 2편에서는 과거의 연이 모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덕춘의 이미지가 희미했네요.

<인과연>에서 김수홍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1편에 등장했던 박중위(이준혁)와 원일병(도경수)이 다시 소환되고, 자홍과 수홍의 어머니도 잠깐 모습을 보여 줍니다. 성주신은 첫 등장만 인상깊었고, 나머지는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데려다 놓고 왜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내내 느끼게 됩니다. 원작 팬들은 영화가 삼차사들의 과거를 무리하게 엮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원작의 세계관을 좁혀놓았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또한 1편에서 떡밥으로 풀어놓았던 모든 궁금증들이 <인과연>편에서 모두 풀리면서 오히려 지옥의 지엄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에 의문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됩니다. 

중간에 원귀였던 김수홍의 두려움을 현실화시키는 지옥에서 오마주로 보여준 장면들은 우리나라 영화의 CG 기술이 이제 헐리우드 못지 않다는 걸 과시하듯 멋진 장면이었지만, 솔직히 왜 나왔는지 모를 군더더기 였습니다. 차라리 우리나라의 고전 이야기에 등장하는 악귀나 한국스러운 혹은 동양스러운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음 좋았을텐데, 헐리우드 영화에서 봤음직한 수입 괴수(?)들을 등장시켜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인과 연>은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편에 이어 흥행에 성공했고, 관객들의 평점도 8.6 이상으로 아주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대놓고 관객들을 울리려던 1편의 신파에서 벗어나 캐릭터간에 얽힌 매듭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김수홍의 재판을 잘 연결시켜 1편과 2편을 아우르는 공감가는 결말을 내놓은 것은 멋진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액션 장면은 1편이 더 인상깊었지만, 2편에서는 카메라 앵글을 잘 활용해 좀더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고, 자칫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적절한 유머를 잘 배치해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 펴락 하며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