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착한 동화는 없다! 어른들을 위한 하드고어 판타지 액션 : 그림 동화에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이 훗날 마녀사냥꾼이 되어 통쾌한 하드고어 액션을 보여준다는 예고편을 보고, 기대감을 갖고 본 영화입니다.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며, 레드 라이딩 후드처럼 기존의 동화를 비튼 영화 제작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12년에는 백설공주를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거의 동시에 개봉했고, 2013년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을 필두로, 재크와 콩나무(잭 더 자이언트 킬러), 오즈(그레이트 앤 파워풀)와 같은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했습니다. 어벤저스, 본 레거시 등을 통해 인기 상승 중인 제레미 레너와, 타이탄, 페르시아의 왕자 등에서 튼튼한 떡대(?)를 선보인 젬마 아터튼이 나오는 걸 보니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색다른 액션과 비주얼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 보고 나니, 예고편 그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말 딱 86분간의 킬링타임용 영화였습니다.
처음 장면은 원작처럼 아버지가 헨젤과 그레텔 남매를 숲 속에 갖다 버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숲 속을 헤매다 과자와 사탕으로 만들어진 집을 발견한 남매가 정신없이 과자를 떼어 먹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마녀가 등장합니다. 감옥에 갇혀 잡아먹힐 날만 기다리고 있던 헨젤은 동생 그레텔의 재치로 마녀를 아궁이에 처박고 간신히 도망을 치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두 남매는 마녀 사냥꾼으로이름을 날리게 됩니다.아이들이 이유도 없이 사라지고 있던 마을에 도착한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마녀로 오인받아 화형을 당할 뻔한 여인을 구하고, 시장으로부터 마녀 퇴치를 의뢰받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마녀들이 사람들 틈에 숨어 있으면서 정체를 들키기 않도록 은밀히 활동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괴물같은 얼굴을 다 내보이며 위협을 하고, 헨젤과 그레텔은 중세 시대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최첨단 무기들을 잔뜩 들고와서 마녀와 대적하기 시작합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엉성한 마녀의 모습도, 주먹질을 하며 의외로 많이 얻어터지는 헨젤과 그레텔의 모습도 왠지 기대와는 달라서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18금 영화답게 마녀가 당할 때마다 살덩이가 찢기고 온 몸이 터져나가고, 머리가 댕강댕강 잘리지만 워낙 순식간에 빨리 지나가 버려서 다행히 그렇게 역겹거나 징그럽지는 않게 처리해준 것이 고맙기는 했네요.
대마녀 뮤리엘의 등장, 아이들을 납치한 이유, 그리고 아버지가 어릴 적 헨젤과 그레텔을 숲 속에 버린 이유, 그레텔이 마녀들의 음모를 이루기 위한 비밀의 열쇠라는 설정도 영화를 보다 보면 결말을 보기 전에 이미 다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레미 레너의 능청거리는 듯한 여유와 노력이 엿보이는 액션, 타이탄의 '이오' 때보다는 훨씬 인간미 넘치게 보이는 젬마 아터튼의 시원시원한 액션들은 짧은 러닝 타임 속에 잘 녹아들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착한 마녀가 기관총을 쏴댄 것 말고는 별 활약이 없어 아쉬웠고, 대마녀 뮤리엘도 너무 쉽게 당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어릴 적 익숙하게 알던 동화의 뒷이야기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포장해 잠시의 재미를 안겨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그 흔한 CG를 남용하지 않고 마녀 모습도 특수 분장에 의해 탄생했고, 트롤인 에드워드 마저도 직접 배우가 특수 수트를 입고 기계 조작으로 표정을 지어가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살짝살짝 어색함이나 유치함 같은 것도 느껴지지만, 어릴 적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던 모습들을 잘 재현한 것 같아 나름 만족합니다. 원작에서는 새어머니의 성화 때문에 생부가 직접 어린 헨젤과 그레텔을 숲 속에 갖다 버리는 비정한 부모의 모습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남매와 그들을 동경하는 청년 벤, 그리고 에드워드가 한 팀이 되어 마녀를 소탕하는 것으로 끝난 마지막 장면을 보면 2편을 염두에 둔 것 같기도 하지만 기대보다 미지근한 반응 덕분에 이 어른 동화는 그냥 여기서 막을 내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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