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캐릭터 데드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09년 개봉한 '엑스맨- 울버린 탄생'에서 용병 웨이드 윌슨이 나중에 웨폰XI로 개조되어 울버린과 대결하는 장면을 보고난 후였습니다. 그 때도 '데드풀'이라는 이름은 몰랐고, 웨폰XI라는 개조된 뮤턴트라고만 알았었죠. 울버린에서의 웨폰XI는 마블의 실제 데드풀 설정과는 다른, 이름만 빌려온 '창작 캐릭터'였습니다. 울버린처럼 뼈대에 아만타티움이 주입되어 양 손에서 날카로운 검같은 무기가 나오고, 힐링팩터 능력이 있는 데다가 입이 봉인된 다소 음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중반에 인간 용병일 때의 웨이드 윌슨이 닌자처럼 칼을 매고 나와 쉴 새 없이 떠들면서 싸우는 장면이 나오다가, 후반부에 개조된 모습으로 울버린과 대결을 펼치는데 그 때 울버린이 '마침내 스트라이커가 네 입을 닫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군'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걸 보니 역시 데드풀은 조잘조잘 떠들어야 제격인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때의 데드풀도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았었는데, 뜬금없이 그가 2011년 DC 영화인 '그린랜턴:반지의 선택'의 주연을 맡으면서 DC로 돌아섰나 했습니다. 하지만 그린랜턴의 흥행참패와 더불어 더이상 시리즈 영화가 제작되지 않게 되고 라이언 레이놀즈는 마블과도 DC와도 모두 안녕인가 싶었죠. 그러다가 MCU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각 히어로들의 독립영화의 제작이 활발해지고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2016년에는 '데드풀'마저 단독 영화로 제작되게 이릅니다. 다행히 2014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통해 울버린이 과거를 바로잡으면서 난잡하게 바뀌었던 엑스맨 스토리도 제자리를 찾게 되고, 울버린에서의 데드풀도 새로 리셋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에 2016년 '데드풀'의 주연을 라이언 레이놀즈가 다시 맡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16년 19금 데드풀이 처음 선보였을 때 그야말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기존의 마블 히어로와는 완전 차별화되는 정의와 도덕의 경계가 애매하고, B급 개그와 욕설이 난무하며, 피가 낭자하면서도, 음산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는 설정들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온갖 영화의 패러디와, 영화의 틀을 벗어나 제 4의 벽을 허물고 관객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데드풀의 끊임없는 수다에 관객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웨이드 윌슨이 암에 걸려 치료를 위해 웨폰X 실험에 참여했다가 힐링팩터라는 능력을 얻게 되지만, 암세포도 따라서 증식하는 바람에 흉측한 몰골을 갖게 된 불우한 영웅 데드풀은 약간 정신이 어떻게 됐나 싶을 정도로 산만하고 능청스럽고 그러면서도 적에 대해 한치의 자비도 없는 단호함을 보여줍니다. 만일 데드풀과 스파이더맨이 만난다면 관객들은 결국 그 둘의 정신 사납고 끊임없는 수다에 지쳐 '이제 저 둘의 입을 막을 스트라이커가 필요한 시점이야'라고 말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병맛 가득한 데드풀 1편이 나온 후 사람들은 새로운 히어로에 열광했고, 엑스맨과의 연계선상에 서 있는 데드풀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마블의 세계관과 융합될 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데드풀의 모습은 스파이더맨이나 데어데블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사실 이 캐릭터가 탄생할 때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은 'DC의 데스스트록'이라는 히어로였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DC의 패러디 캐릭터인 셈입니다. 데스스트록의 이름인 슬레이드 윌슨에서 이름 몇 자만 바꿔서 웨이드 윌슨이라고 지은 것도 패러디의 일환입니다. 마치 루팡을 쓴 모르스 르블랑이 코난도일의 셜록홈즈를 헐록숌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켰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데드풀은 원작에서 엑스맨과 어벤져스와 이리저리 엮이면서 활동을 한다는데, 데드풀 1,2편에서 엑스맨의 양철인간 콜로서스와 네가소닉이 나와 엑스맨 다른 멤버들과의 조우도 기대하게 만듭니다. 또 데드풀이 엑스맨의 특공대인 엑스포스 일원이기도 했기에 그 멤버들도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고, 실제로 2018년 5월 개봉한 데드풀 2편에서 엑스포스의 리더인 '케이블'(조슈 브롤린)이 등장하면서 엑스포스와의 만남이 실현되는 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슈 브롤린은 어벤져스에서 타노스 역으로 열연한 배우로 조슈 브롤린과 라이언 레이놀즈와의 만남이 사뭇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출판만화에서 데드풀은 타노스와 특별한 인연이 있거든요. 원래 타노스가 건틀렛에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를 통제하려고 한 이유가 우주적 존재인 '데스'를 사모하여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데드풀이 웨폰X 실험을 당할 때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데스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데스가 데드풀을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이에 질투를 느낀 타노스가 데드풀이 죽어서 데스를 만나지 못하도록 불사의 능력을 선사해 데드풀이 죽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데드풀 영화에서는 데스도 타노스도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데드풀이 불사가 된 이유가 웨폰X 실험으로 강력한 힐링팩터 능력을 얻어 아주 작은 부분만 남아도 다시 재생이 가능한 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몸이 찢어지고 팔다리가 떨어지고 목이 떨어져 나가도 데드풀은 죽지 않고 계속 재생되어 살아납니다.
죽지 않는 몸이기에 그의 취미는 '자살'일 정도로 계속 자기 몸에 총을 쏴대고 포탄을 퍼붓지만 그는 몇 번이고 죽지 않고 살아납니다. 죽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데드풀은 어떤 상황에서도 늘 깨방정맞고 상대방에게 맞을 짓을 대놓고 하고, 실제로 쳐맞고 찢기면서도 오두방정 입놀림과 행동들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데드풀의 능청스럽고 여유만만한 동작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같은 희열을 느끼며 영화를 보는 내내 웃고 떠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데드풀2에서 웨이드는 새로운 시련을 겪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미래를 보여줍니다. 병맛은 1편보다 심해졌고, 쑹덩쑹덩 잘려나가는 적들의 모습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 만큼 잔인하지만 여전히 그 안에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F로 시작되는 욕도 여전히 난무하고, 영화인지 실제인지가 혼재된 데드풀식 대화법은 또봐도 재미있습니다. 이제는 제작진들마저도 관객들을 웃기려고 오프닝 타이틀에 온갖 재치를 집어넣었습니다. 감독을 소개하는 문구에 빵 터져서 영화 내내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였지요. 1편을 봤을 때의 참신함이나 기발함은 사실 덜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데드풀의 유쾌한 언행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1편을 통해 미리 학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뻔함을 새로운 인물과, 스케일이 더 커진 액션으로 때워줍니다. 적이지만 반가운 얼굴도 만날 수 있고, 뜻밖의 거물급(?) 출연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기도 합니다. 온갖 욕과 잔인함과 병맛을 다 모아놓았지만, 라이언 레이놀즈가 홍보하면서 줄기차게 외쳐대던 '이 영화는 가족영화'였다는 걸 영화가 다 끝난 후 새삼 깨달을 수 있습니다.(가족하고 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어벤져스3편이 4편을 위한 장대한 예고편이었다면 데드풀2도 다음 스텝을 위한 유쾌한 예고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드풀2편을 통해 새롭게 엮어나갈 그 다음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쿠키영상은 짧게 짧게 4장면이 나오는데 스텝리스트들이 나오기 전에 다 끝나니까 끝까지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영화보다 이 쿠키가 더 재미있습니다. 이 쿠키 보여주려고 만든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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