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인 오스틴 원작 - 영화 엠마(1997)

2018/06/25 - [영화&드라마 이야기/영화] - [영화&드라마]오만과 편견-제인오스틴 원작

2018/06/28 - [영화&드라마 이야기/드라마] - [영드]제인오스틴 "설득"

결말이 포함된 리뷰입니다. 엠마는 제인오스틴이 1815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기네스 펠트로가 엠마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끌게 된 작품입니다. 오만과 편견이나 센스 앤 센서빌리티 같은 제인오스틴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주인공 엠마는 귀족은 아니지만 부유하고 지역에서 권위있는 상류층 자제입니다. 순진하고 청순한 21세 아가씨지만 자기 위주의 사고에 빠져 있고, 알게 모르게 신분에 대한 차별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출가한 언니를 대신해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효녀이기도 합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집안 환경을 갖고 있기에 생계 걱정이 없는 엠마는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남녀를 중매해 결혼을 성사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기를 돌보아준 가정교사 테일러양도 자신이 나이 많은 자산가 웨스턴 씨를 소개해 결혼을 성사시켰고, 엠마는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고더드 부인이 후견인을 맡고 있는 사생아 해리엇 스미스를 알게 된 엠마는 엘튼 목사와 해리엇을 연결해 줄 계획을 세웁니다. 해리엇 양은 마을의 농장을 꾸리고 사는 농부 마틴의 구애를 받고 있었는데, 엠마의 입장에선 하찮은 신분을 가진 마틴과 자신이 교양을 가르치고 있는 해리엇이 맺어지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해리엇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엠마는 엘튼 목사와 해리엇을 맺어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하지만 엘튼 목사가 진짜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이 바로 엠마 자신이었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엠마의 부추김으로 잔뜩 바람이 들어간 해리엇은 마틴의 구혼을 거절했지만, 엠마는 엘튼이 애정을 갈구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결국 자신의 실수로 엘튼 목사는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해버리고, 해리엇의 결혼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한편 마을에는 나이든 노모를 모시고 사는 베이츠라는 독신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일과는 조카 제인 페어팩스의 편지를 동네방네 읽어주며 자랑하는 일이었습니다. 엠마는 그녀의 지루한 조카 자랑이 지겨워 몰래몰래 피해 다녔는데, 마을에 나타나 모두의 관심을 받는 제인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 집니다.

이제 엠마 때문에 오르지 못할 나무만 쳐다보게 된 해리엇은 급기야 엠마의 이웃사촌인 나이틀리를 마음에 두게 되고, 엠마에게 자기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해리엇의 고백을 들은 엠마는 그제서야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오랜시간 동안 자신의 곁에서 한결같이 있어준 나이틀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해리엇이 먼저 자신에게 고백을 했고, 엠마의 경솔함을 탓하는 나이틀리의 꾸짖음에 엠마는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엠마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고 마침내 나이틀리와 맺어지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항상 헛다리만 짚고, 상대방의 마음도 모르고 남을 맺어주려다가 민폐만 끼치고, 실수 투성이에, 급기야 자기 사랑도 잃을 뻔 하는 엠마는 제인 오스틴의 다른 여주인공에 비하면 오만할 뿐 아니라 가벼워 보이고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의가 없고 순진하며 그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움이 가득 배어 있는 엠마는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21세의 철없는 아가씨가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분별있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숙녀로 성장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기네스 펠트로도 연기를 무척 잘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2009년 BBC에서 드라마로 방영된 <엠마>에서 로몰라 가레이가 열연한 엠마의 모습이 소설 속 사랑스러운 엠마와 더 닮아있어 보입니다. 기네스 펠트로의 엠마는 정신차리라는 의미에서 한 번쯤 크게 혼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드라마판 엠마는 실수를 해도 그냥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냐오냐 받아주고 싶은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 하거든요. 아마도 엠마를 바라보는 나이틀리(조니 리 밀러)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기회가 되시면 2009년 4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엠마를 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