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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애니

[애니]우리의 계절은(2018)-넷플릭스

by R&X 2018.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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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은>이란 작품은 <너의 이름은>의 제작진인 '코믹웨이브'와 중국 '하올리너스 스튜디오' 합작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배경과 등장인물은 중국이고, 언어는 일본어로 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만 극장판으로 개봉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는 아니고 이샤오신, 타케우치 요시타카, 리 하오린 3명의 감독이 옴니버스 형식의 세 가지 에피소드를 각각 연출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따뜻한 아침 식사>, 두번째 이야기는 <작은 패션쇼>, 세번째 이야기는 <상하이의 사랑>입니다. 세 이야기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중국의 각각 다른 지역,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음식과 옷, 집에 대한 소재를 통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따뜻한 아침식사>는 무표정한 사람들이 바쁜 발걸음으로 스쳐지나가는 차가운 도시 베이징에 사는 청년 '샤오밍'의 이야기 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을 나가 곁에 없었지만 아침마다 항상 할머니와 함께 동네 음식점에서 '산시엔 미펀'이라는 국수를 먹던 추억을 잊지 못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재료와 깊은 국물맛이 일품인 산시엔 미펀은 샤오밍에겐 따뜻한 고향과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는 맛입니다. 성인이 되어 회색 도시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샤오밍에게 '산시엔 미펀' 국수는 학창시절의 수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음식을 매개체로 그려가는 옛시절의 정서와 시대상이 때로는 그립게, 때로는 가슴 아린 기억으로 진한 여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작은 패션쇼>는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과 따로따로 친척집에 맡겨졌던 '이린'이 모델이 되어 동생 루루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모델로서 성공했지만 점점 실력있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나이가 들면서 입지가 흔들리는 이린이 자신의 불안한 미래와 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압박을 느끼면서 동생과도 갈등을 겪는 모습이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상하이 사랑>은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같은 분위기가 짙게 풍기는, 엇갈린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건축설계사가 되어 집에서 독립한 리모가 이삿짐을 정리하던 날 중학교 시절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샤오유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시절 전하지 못했던 마음과 닿지 못했던 샤오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테이프를 들고 옛날 살던 집으로 달려가는 리모.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첫사랑의 추억들이 애틋하게 펼쳐집니다.

짧은 세 편의 에피소드들이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마치 70~80년대 우리네 정서와도 맞닿은 시대적 배경과 공감가는 주인공들의 사연이 어린시절의 향수와 그리운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비오는 밤거리, 가을 낙엽이 쓸쓸히 떨어지는 길가, 화려하지만 적막한 도시의 야경,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옛마을의 폐허같은 삭막함 등 디테일하게 묘사된 배경들이 주인공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 어찌 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감정들을 소리없이 증폭시키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보듯 아련한 옛추억에 빠지고 싶다면 이 작품을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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