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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이야기/웹소설웹툰

[7탄]카카페 & 리디북스 로판 웹툰 추천-브링 더 러브, 흑견의 노예왕자(19금)

by R&X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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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와 리디북스에서 연재중인 제스트쿄의 로맨스판타지 웹툰 '브링 더 러브'를 처음 접했을 땐 솔직히 그림이 엉성해 보여서 계속 정주행을 해야 할 지 망설여 지더라구요. 못그리는 그림은 아닌데, 눈이 이마에 붙은 것처럼 어색한 그림체 때문에 몇 번이나 미루다가 어느 날 맘 잡고 보게 됐죠. 그랬더니 명작도 이런 명작이 없는 거예요. 진작 볼 걸 하고 뒤늦게 빠져서 단숨에 봤는데 아직 연재중이라 일주일간 기다리며 아껴서 보고 있습니다.

<흑견의 노예왕자>는 리디북스에서 <브링 더 러브>보다 먼저 선보였지만, <브링 더 러브>보다 앞선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에 속하는 작품으로, 19금 BL로 제작돼 있어 연령제한이 있습니다. 

<브링 더 러브>와 <흑견의 노예왕자>의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독일에서 전쟁영웅을 배출한 명문가이자 종주가문인 크뢰머가에는 삼형제가 있었는데, 장남 록산트, 차남 브릴완트, 그리고 서자이자 삼남인 하운드 크뢰머가 있습니다. 

어느 날 폴란드에 살고 있던 소수민족인 프루스족 대족장이 끔찍한 예언을 하게 되는데, '프루스족이 독일의 크뢰머라는 성을 가진 자에게 멸족 당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태어날 대족장의 아이가 그 비극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루스족은 대족장의 아들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은닉하고 보호하게 되었습니다. 

예언이 실현될 미래에 대한 공포로 인해 프루스족의 광신도들은 크뢰머 가문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몰래 독일로 숨어들어가 아직 어린 크뢰머가의 장남인 록산트에게 염산을 부어 큰 부상을 입히고 말았습니다. 록산트는 한 쪽 얼굴과 목, 가슴, 양손에 이르기까지 지독한 화상을 입고 한쪽 눈도 실명했으며, 앞머리도 하얗게 변색되고 말았죠. 록산트와 크뢰머가문은 프루스족과 서로 죽고 죽이는 전투를 거듭하면서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유럽 곳곳에 종교 전쟁이 번져가면서 혼란이 야기됐을 때, 당시 폴란드는 국경 근방에서 방화와 약탈을 일삼는 몽골족의 퇴치를 위해 독일에 도움을 요청했고, 독일에서는 '이교도 개종'이란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크뢰머 가문은 수십년 동안 이교도와의 종교전쟁과 프루스족과의 충돌로 수차례 전쟁을 치러야 했고, 뮐러, 보아탱, 슈테겐, 행켈, 크루스 그리고 힐데브란트가의 여섯가문이 종주가문인 크뢰머를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브링 더 러브>는 이 크뢰머 가의 장남인 록산트 크뢰머와 힐데브란트 가문의 장녀인 레아 힐데브란트의 러브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흑견의 노예왕자>는 제목이 안티인 것 같아요. 제목 때문에 그저그런 질 낮은 19금 만화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배경설정부터 캐릭터, 스토리 전개까지 아주 촘촘히 잘 짜인 수작입니다. 19금 BL 작품답게 내용 중간중간에 BL 묘사가 적나라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긴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크뢰머가와 프루스족간의 얽히고 설킨 원한 속에서 비극적인 운명으로 만난 하운드와 안제이가 서로의 신분과 은원의 굴레에서 벗어나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아주 극적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아직 크뢰머 가문에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폴란드 출생 서자인 하운드는 어릴 때부터 프루스족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며 모진 고생을 겪게 되고 어머니도 비참하게 잃게 됩니다. 프루스족의 저주에 걸린 하운드는 저주가 발동하면 적군 아군 가리지 않고 살육하는 광기에 휘말리기 때문에 첨탑에 감금되었다가 나중엔 프루스족을 소탕하는 크뢰머가의 사냥개가 되어 폴란드 푸오츠크 지방 크뢰머 영지에 주둔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문지기로 일하는 안제이를 알게 된 하운드는 그를 자신의 성노예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강압에 의한 관계가 불쾌하지만 내용 전체를 보다보면 개연성 있는 흐름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에 납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프루스족의 예언 하나 때문에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수없이 많은 생명을 강탈해왔던 하운드에게 있어 남은 미래란 아무런 의미도 희망도 없는, 그저 고단하고 고독한 텅 빈 어둠일 뿐이었습니다. 자기 손에 죽어간 수많은 목숨 때문에라도 가볍게 목숨을 끊을 수조차 없었던 그가 택한 운명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상대로부터 최대한 미움을 받아 사명을 다한 뒤 미련없이 생을 마감하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크뢰머의 검은 개와 프루스족의 희망인 '노예왕자'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고, 결국 서로를 위한 끔찍한 희생을 치른 후에야 한줌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죠. 

대충 그린 것 같은 그림이지만 하운드 크뢰머의 미친 광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싸늘한 눈빛 이면에 담긴 다정하고 상냥한 이미지의 갭이 커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입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록산트 크뢰머의 위압감 넘치는 모습과 차남 브릴완트의 고통스러운 사랑, 노아 힐데브란트의 짝사랑과 슐츠의 애틋한 외길사랑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흑견의 노예왕자>가 다소 무거운 스토리로 이어진 반면 그 뒤에 일어나는 록산트와 레아 경의 사랑을 다룬 <브링 더 러브>는 전체이용가답게 좀더 가벼우면서도 달달한 러브 스토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흑견의 노예왕자>에서 동생들인 하운드와 브릴완트는 나름대로 자기의 짝을 찾아 행복해 졌는데, 불행의 대명사같은 우리의 록산트경은 그 무서운 인상 때문인지 여전히 짝이 없는 외로운 기러기신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잊지 못할 첫사랑의 추억이 있었으니 바로 힐데브란트가의 장녀인 레아 경과의 만남입니다. 어린 시절 크뢰머가 영지의 호숫가에서 만난 두 사람이지만, 당시의 록산트는 현재와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레아는 그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힐데브란트가문에는 장녀인 레아와 차녀인 노아, 그리고 막내아들인 리히트 삼남매가 있었는데, 노아는 하운드에게 반해 폴란드 영지의 기사단원이 되어 떠나 있었고, 리히트는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다며 가출을 한 상태입니다.

크뢰머가를 도와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했던 레아는 전쟁에서 돌아온 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자 가족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리히트대신 가주대행을 맡아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의 신분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가주를 잇지 못했기 때문에 레아는 정략결혼이라도 하려고 결심하게 되고, 레아의 사정을 알게 된 록산트가 그녀에게 청혼을 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합니다.

무뚝뚝하고 항상 화가 나 있는 표정의 록산트가 레아 앞에서는 순한 어린 양이 되어버리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 났지만 기개만큼은 대장부 저리가라할 호방한 레아가 만들어가는 달달한 러브스토리 덕분에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그림체가 점점 아름답게 미화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됩니다. 레아를 위해 자신의 명예는 물론 목숨까지도 내던지는 열혈순정남 록산트의 절절한 사랑과 록산트를 향해 과감하게 직진하는 레아의 용감한 사랑 쟁취기, <브링 더 러브>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아 소장해놓고 두고두고 봐야하는 명작이 되어버렸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브릴완트와 막스, 노아와 슐츠의 사랑 이야기까지 가슴 설레는 포인트가 넘쳐납니다.  벌써 72화까지 나왔는데 연재가 끝날까봐 조마조마할 지경이네요. 레아와 록산트의 사랑뿐 아니라 하운드와 안제이, 브릴완트와 막스, 노아와 슐츠의 사랑의 결말도 볼 수 있었음 좋겠고, 크뢰머가에 아기가 등장할 때까지 연재가 계속 이어지길 빌어봅니다. BL 소재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렇게 진심어린 표현력과 개연성이라면 포용력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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